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균형 Dec 04. 2022

태세 전환


    J와 B는 아직 기저귀 신세다. JB는 먹고, 입고, 싸는 기본적인 생리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임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JB의 양육자는 기가 찬 웃음을 짓고 만다. 물론 그 웃음에는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는 표정이 가득하다. 싫다는 의사표현을 온몸으로 도리도리 할 때, 요플레를 제 스스로 먹으려 들 때, 기저귀를 갈아달라며 가져와 당당하게 드러누울 때, 어른이 먹는 커피를 먹으려 들 때, 자동차 개수를 세면서 여섯은 꼭 빼먹을 때, 사랑하냐고 묻는 양육자의 물음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아니라고 할 때,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아 울음으로 승부하려 눈물 없는 울음을 짜낼 때 등등.


    한가로운 주말 아침 햇살이 따사롭다. 베란다에만 나가도 날이 추운 날이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J는 음료를 먹을 때 본인이 원하는 곳에 따라줘야 한다. 실리콘 컵, 플라스틱 컵, 때로는 어른 컵, 물병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분에 따라 다르다. 오늘도 물을 컵에 주려 했더니 동생처럼 물병에 달란다. 원하는 물병을 찾아오라고 하니 냉큼 방에 가서 가져온다. 물로 한번 씻어 물기를 탈탈 털어낸 후 따뜻한 물을 담아서 주니 꼴깍꼴깍 아주 만족스럽게 마신다. 물을 마시는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객관적으로 잘 생긴 아가는 아니지만, 내 눈에는 너무 멋진 아이다. 앞짱구, 뒷 짱구가 적당히 있어서 옆모습이 예쁘고, 이마에서부터 연결되는 동글동글한 콧대, 입술로 연결되는 선이 이렇게 유려할 수가 없다. 순간 이 아이의 미래 어느 순간에 다녀온다. 이 아이가 앞으로 제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웬일인지 생각하는 바를 음성으로 읊어낸다. "J야,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J가 바로 응수한다. "까까"


허. 요놈 봐라. "까까는 안돼"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옅은 핑계를 대어 보자면, 이 아가는 제 얼굴보다 큰 동그라미 뻥튀기를 이미 10개는 족히 먹었으며 J와 B는 뻥튀기 한 봉지를(아이용 아님, 어른용) 아침도 먹기 전에 이미 끝내고 물 한잔을 마시는 중이었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안된다는 나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이지만, 안될 줄 알았다는 표정도 함께 보인다. 안될 줄 알면서 양육자를 시험하는 30개월 아가의 독립성에 가끔 내 균형이 무너지곤 한다. 이놈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해놓고, 바로 안된다는 꼴이라니. 바로 태세를 전환한다. 그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너도 알아야지.


이전 06화 그대, 기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