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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Aug 23. 2024

공포의 학생부

예비군 효과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양아치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일명 '예비군 효과'인데 루지를 타러 오는 ㅇㅇ단체 학생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루지체험장에도 엄연히 비수기가 존재한다. 여름철 성수기를 빼면 나머지 시기는 상대적 비수기로 이때는 각종 단체손님이 귀하디 귀한 고객이 된다. 가끔 부서 차원의 직장인 단체가 있지만,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한다.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중고생들의 도드라진 특징은 생기발랄 그 자체다. 표정이 살아있고 움직임도 역동적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가끔은 외계어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표정과 몸동작만으로도 바라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가끔은 모나게 행동하는 학생들도 일부 존재하지만, 필자의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그들을 나무라기도 어렵다. 단체라서 나타나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ㅇㅇ단체 학생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분명, 위에서 말한 그 학생일진대 ㅇㅇ단체 학생부 소속으로 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신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일단 언어가 거칠어진다. 행동도 거침이 없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통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의도하지는 않겠지만 일부는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도 무심코 저지른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고객의 안전을 위해 주행도로에 설치한 안전매트 상당수를 일부러 발로 차고 내려간다. 자신은 재미있는지 모르지만 다른 고객에서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행위다. 제멋대로 너부러진 매트를 사전 인식하지 못하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70여 개에 이르는 안전매트를 원위치시키려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인해 진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CCTV로 지켜보다 경고방송을 해보지만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사전 연락을 받고 도착지점에서 해당 학생을 잡아 타이르기도 하고 혼도 내보지만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 참으로 고약한 노릇이다.


학교 단체 학생들과 ㅇㅇ단체 학생부 학생들이 이처럼 달리 행동하는 이유를 유추하자면 이렇다. 첫째, 전자는 동일한 나이지만 후자는 연령대가 다양해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학년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유다. 둘째, 전자는 담임선생님이 동행하지만 후자는 느슨한 형태의 인솔자가 존재할 뿐이다. 하늘과 땅 차이다. 마지막으로 일종의 예비군 효과다. 현역을 마치고 사회인으로 변신한 멀쩡한 예비역들이 예비군복을 입으면 마치 양아치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모자는 삐딱하게, 상의는 풀어 제치는 등의 현상을 일컫는데, 어린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ㅇㅇ단체 학생부 소속이 되면 나이 든 예비군들과 닮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해한다고 이런 행위를 방치할 수는 없기에 나름 대응을 한다. 우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고객들과 분리한다. 고객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에 고객이 몰리는 경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첫 번째 주행에서 적발되면 다시 타지 못하게 유도해 보지만 강제할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믿음의 대상을 언급하며 얌전한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안전교육을 마치고 출발 직전 "여러분 ㅇㅇ에서 오셨지요. 여러분의 표정에서 예수님의 사랑이 (부처님의 자비가) 느껴집니다. 안전운전 부탁 드려요."라고 말하면,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들뜬 기운이 조금은 잦아든다. 희망이 보인다. 결과는 나중 문제다.


사족) 극히 일부의 철없는 친구에게서 보이는 행동임을 밝히고, 모쪼록 부처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이 함께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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