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경마장이 아닙니다.
아무리 귀한 자식이라지만
어린아이에게 엄마란 존재는 우주 그 자체다. 더불어 엄마에게 어린 자식이란 귀하디 귀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 사랑이 지나쳐 보일 때도 있다.
루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기에 가족 단위 고객이 주를 이룬다. 현실적으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나 놀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당연히 어린아이가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보조출연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 상황이 가끔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루지를 아무리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해도 안전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대게는 루지 탑승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데, 가끔 타인의 실수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이때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는 다양한 이유로 루지가 전복되면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상이 어린아이 일 경우 문제가 간단치가 않다. 성인인 경우는 드문 일이지만, 탑승자가 어린아이라면 일단은 루지 탓을 한다. 루지가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아이의 주장이 아닌 보호자의 주장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증거를 제시하면 대부분 주장을 거두어들인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주행 도로 전 구간을 모니터로 감시함은 물론 사고 발생 시 즉각 출동해 조치를 취한다. 사고 구간 동영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설팀에서는 매일매일 루지의 상태를 점검하고 수리하며 사고가 난 해당 루지의 이상 여부를 별도로 확인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루지탓은 아니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아이가 다치면 보호자는 약간 흥분 상태가 된다. 루지 탓은 기본이고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며 따지기도 하고, 가끔은 부부가 서로 상대에게 원인을 돌리며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동반탑승을 하다 사고가 난 경우 자책은 기본이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은 보호자는 주차장에 남고 아이 홀로 루지를 타다 사고를 낸 건이다. 아이 어머니 역시 처음에는 사고 원인을 루지로 지목했지만 동영상으로 증거를 제시하자 이번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억지 주장을 펼친 경우다.
어머니 말씀하시길
"아이가 루지 타는 모습을 왜 지켜볼 수 없나요? 아이를 지켜볼 수 없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당신들에게 아이를 맡기겠어요."
"고객님 여기는 스크린 경마장이 아닙니다." (그날 우리는 속으로만 이렇게 반문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자식 소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소중한 내 아이가 다친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부드럽고 따뜻한 격려가 아이를 더욱 성장시키리라 믿는다.
사족) 우리 루지 체험장에서는 상 하부 두 곳에 치료실을 두고 간단한 응급조치를 하고 있으며, 만일에 대비해 인근 병원과 응급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