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입에서 공부하기 싫다는 말이 나왔다

by 그냥사탕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잠깐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학교 급식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훌쩍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즐겁고 재미있다고 표현할 줄 알았던 아이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부하기 싫어요”


엥? 초등학교 1학년 입에서 이게 무슨 소리지?

분명 집에서는 실컷 놀라고 했었고, 공부라고 할 만한 것들을 시킨 적도 없었는데 이제 고작 2주밖에 안된 학교생활에서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그래서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되물었다.


“선 그리기, 가나다라 쓰기, 독서하기”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나의 입장에서 공부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아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힘든 과정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진짜 공부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해야 할까 아니면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해야 할까.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의 뇌 속에서는 오만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뒤엉키고 있었다.


g8caa40ded27a74ee5327634e62b6179777ddd087def9be081d510457d3a57e85151fe8e3685.jpg


그동안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기만을 바랬다면 이제는 진정 학부모로서 푸시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졌다. 멈추지 못할 거라면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등1학년에게는 너무 고차원적인 사상이다. 그렇다면 ‘엄마’라면 어떻게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


결국 나의 선택은 ‘그래도 해야 한다’ 쪽으로 기울었다.


한 시간을 가지고 놀아도 즐거워하는 블록놀이. 몇 가지의 블록을 가지고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물이 나왔다. 미니특공대, 파워레인저 등을 보고 특별한 교안이나 설명서가 없어도 네모난 작은 블록 몇 가지로 각각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 파워업을 하면 이 다섯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작은 로봇들은 자유자재로 변신도 하며 합체까지 가능하다. 어렸을 때부터 ‘블록’이라는 이름만 붙어있으면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신기한 능력을 가진 아이에게 선 그리기와 한글 쓰기의 필요성을 빗대 말해 주었다.


엄마가 책 읽어 준다고 하면 가장 좋아하는 TV시청을 포기하고 올 정도로 즐거워하는 아이. 집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만화책이라며 거리낌 없이 여러 장 만들어내던 아이. 공교육의 허점이었을까. 학교의 커리큘럼은 혼자서 읽는 독서시간을 공부로 만들어 주었다.


학교, 돌봄, 태권도까지 무난하게 잘 다니는 것이 적응이라고 생각했었던 나의 짧은 판단이 이렇게 드러났다. 어쩌면 진짜 적응기간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태권도에서의 활동은 앉아서 쓰고 읽는 부분이 없어서인지 아직까지 만족해한다. 하지만 학교와 돌봄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이미 사회생활에 발을 내디딘 아이에게 공부가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고 외면하라 할 수도 없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엄청 많은 인생사에서 선 그리기는 약간의 언덕을 한 발 내디딘 것이기에 격려를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초보엄마는 이런 사소한 문제부터 풀어야 가하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우리 부부가 추구하는 가장 첫 번째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바르게 성장하기였다.

그것은 힘든 상황에서 외면하라는 뜻이 아니었기에 부딪치며 성장하는 길을 응원해 주기로 하였다. 인생에서 무조건 1등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다른 이를 제칠 필요도 없으며 모든 것에서 우수한 성적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뜻을 말이다.


우선을 알겠다는 말을 뒤로하고 잠을 청한 아이의 얼굴을 보며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시작인데 내가 어떻게 해주는 것이 바른 부모의 자세인지, 내 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할 수 없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며 힘든 일이 아닌 즐거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혹여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해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제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다만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그 곁에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어 줄 거라는 말과 너의 든든한 둥지가 되어주겠다는 의미까지 말이다.

keyword
이전 07화휴대폰 스팸의 검은 손, 아이에게 이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