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 15 - 꿈
어릴 때부터 나는 물을 참 좋아했다. 욕조에 물 받아 놓고 퐁당퐁당 거리며 몇 시간씩 놀기도 하고, 아침부터 수영장 가서 저녁에 마칠 때까지 놀기도 하고, 한 번은 물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었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들어가서 놀 정도로 정말 물을 좋아했었다.
국민학교 5-6학년 즈음에는 동네 구민 체육센터에 농구와 수영을 배우러 다녔었는데, 한창 슬램덩크 바람과 농구 대잔치로 붐이 일어날 때라, 허재 선생님의 책을 사서 공부할 정도로 농구를 엄청 열심히 했었다. 어느 날인가 엄마가 농구 선생님과 따로 한 번 이야기를 해보자 그래서 가보니, 선생님께서 혹시 농구 선수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아직 키가 좀 작은 편이긴 한데, 센터나 포워드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괜찮은 학교를 추천해 줄 테니, 전학 가서 본격적으로 배워보는 것을 권하셨다. 농구를 재미있게 하기는 했었는데, 내가 선수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고, 혹시나 농구가 내 길이 아니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께 여쭤보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네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셔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여자 농구선수들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다가, 확신이 들지 않아서 선수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때, 내심 의문이 들었던 것은 수영도 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센터 내 대회에서 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을 정도로 꽤 괜찮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은 왜 선수하라는 제안을 안 하시는 걸까, 수영은 선수할 정도의 재목(?)은 아닌 걸까 싶어 내심 속상해했던 것 같다.
그러다 몇 년 전 어머니께 수영도 제안이 왔었는데, 나에게 이야기를 안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 어머니께서 보시기에 농구선수는 그래도 전망이 있어 보였는데, 수영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꽤 오랫동안 속상해했던 것 같다. 왜 이야기를 안 하셨을까, 수영은 선수 제안이 있었다면 원 없이 배워 보고 싶기도 했는데..
수영 선수가 되었다면, 수영으로 먹고살고 있었을까? 아니면 한계를 느껴서 중간에 턴 했을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진짜 수영을 좋아했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구나 싶기는 했다. 지금이라도 생활체육 레벨에서 뭔가를 해볼까 싶어 매일 수영을 다녔더니, 이제는 몸이 버티지 못하는지 어깨 통증이 왔고, 여기저기 알아보니 3~4일에 한 번 정도 수영을 하고, 보강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좀 낫다고 해서, 몸관리를 하면서 수영을 조금씩 하고 있다.
자유형을 하고 있을 때는 다들 별로 신경을 안 쓰다가, 몸이 풀려서 슬슬 접영을 하면 사람들이 앞에 가기를 꺼려.. 하고, 내가 있는 레인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가끔은 수영 잘한다고 칭찬받는 거 보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왠지 좀 씁쓸하기도 하다.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뭔가 다른 길을 가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체대 간 친구들이 겪은 구타와 폭력, 고생, 그리고 비전이 보이지 않아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그 고통을 내가 이겨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가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은 일은 사실 잘 모르는 거고, 괜히 상상력이 더 돋아 나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수영실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