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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량 Oct 22. 2024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작가의 여정 day 16 - 도시

모든 도시를 다 가 본 것은 아니지만, 내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도시는 목포다. 목포는 10여 년 전 전국투어를 할 때, 하루 머물렀던 도시이기도 했는데, 워낙 영화 속에서 무서운(?) 이미지로 나와서 좀 두근두근 하면서 가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괜찮아 보이는 숙소를 잡고,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었는데, 그때는 맛집이나 검색을 쉽게 하기도 어렵던 때라, 시내에서 괜찮아 보이는 횟집을 골라서 들어갔던 것 같다.


회 한 접시를 시키고 소맥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가 시키지 않은 굴찜을 가져다주시는 것이었다. 서버 분께 저희는 회만 시켰다고 하니, 원래 나오는 거라고 하며, 무한 리필도 되니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외지인이군(?) 하면서 친절하게 알려주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친구랑 와.. 목포는 이런 곳이구나 하고, 먼저 주신 굴찜을 한 입 먹는데 어머, 서비스로 주는 굴찜이 이렇게 맛있다고? 하며 거짓말 안 하고 세 번은 리필해서 먹었던 것 같다ㅎㅎ 그 뒤에 나온 회도 맛있었지만, 제철 굴찜을 이기기는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굴찜 외에도 계란찜과 각종 전, 반찬 등 다른 게 너무 많이 나와서, 아니 이게 3만 원짜리 회를 시켰는데 나오는 거라고?라고 몇 번을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ㅎㅎ 서울에서는 10만 원 정도 정식을 시켜야 나올 것 같은 음식이 계속 나와서, 세 시간 정도 쉬지 않고 계속 먹었던 것 같다. 과연 이 반찬도 리필이 될까 싶은 계란찜이나 전도 계속 리필이 되어서, 와.. 목포 정말 좋은 곳이구나 했던 것 같다.


그 이후 회사 동료 부부가 목포에 살아서 재택 할 때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풍자 선생님의 목포 유튜브를 보고 다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어, 다시 한번 목포를 찾게 되었다. 풍자 선생님 덕에 목포의 주가가 너무 올라가서 기차를 예매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일정 한 달 전에 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서 표를 예매하고 목포로 떠날 수 있었다.


같이 가는 동료들은 모두 P들이라.. 숙소랑 기차 잡았으니 나머지는 가서 골라야지? 했는데, 호스트인 목포의 동료가 그야말로 대문자 J여서 엄청 긴 맛집과 여행지 정보 계획표를 보고, 우리가 과연 이곳들을 3일 만에 다 가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ㅋㅋ


동료의 환대를 받으며 첫날 배부르게 잘 먹고, 다음날 풍자 선생님의 맛집을 하나씩 가보려고 했는데, 아침 산책을 나가는 길에 사람들이 너무 줄을 많이 서 있는 곳이 있어서, 저긴 뭘까 아 냄새도 좋은데, 우리 다른 데 가기로 했는데 어쩌지 했었는데, P 동료들의 동의를 얻어 우연히 간 해장국집이 목포 제1의 맛집이 되기도 했고ㅎㅎ 목포 친구들도 모르는 곳이라 알려주고 칭찬도 받았다!ㅋㅋ


케이블카도 타고, 산 구경도 하고, 카페 구경도 하며 와 목포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구나 하며 신기해하고, 배가 너무 불러 배 꺼트려야지 하고 지나가다 발견한 독립서점에서 좋은 책도, 좋은 숙소 정보도 얻고, 사회성 만렙 동료는 동네 친구도 얻고ㅎㅎ 동료들과의 시간도 너무 즐거웠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좋은 장소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나에게 은은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결국 풍자 선생님 맛집은 숙소 바로 5분 거리에 있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다음에는 꼭 풍자 선생님 맛집을 격파하러 오자고,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아쉽게 목포를 떠났다.


역시 여행 중 최고는 현지인 투어이고, 우연히 들어간 맛집이라던가, 그 이후에도 주변에 목포 영업을 엄청해서 주변 사람들과 한 번 더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언제 또 가게 될지 모르지만, 목포 여행은 나의 여러 여행 기억 중에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요롭던 기억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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