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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Nov 05. 2022

아이들의 새로운 취미

아빠는 장난감이 아니야

어느 날 둘찌, 셋찌를 양옆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갑자기 내 뒤통수에 셋찌의 손이 다가와 뒤통수를 만진다.


"까끌까끌해 히히."

뭐지?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며칠 뒤,

셋찌가 또 나의 뒤통수를 만진다.

둘지도 뭔가에 끌리듯 내 뒤통수를 만진다


"오! 까끌까끌해!"

괜찮은 건가? 둘이 같이 이러니 어떻게 반응해 줘야 되나 고민이 되었다.

한동안 둘찌와 셋찌는 내 뒤통수를 만지는 걸 즐겼다.

머리가 길어져서 뒷머리의 까끌까끌함이 별로 없어도 틈틈이 만졌다.

머리를 깎고 오자, 이 딸 쌍둥이들은 신이 나서

만지기 시작했다.


첫찌는 둘찌, 셋찌가 만지든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뒤통수에 약간 더 두툼한 감촉이 느껴졌다.


"진짜 까끌까끌해!"

아빠한테 왜 이러는 거지, 아빠는 너네의 장난감이 아니란다.


"아빠의 수염 공격을 받아라."

턱으로 셋찌의 팔뚝을 공격했다.


"악 따가워!"

우르르 다들 도망간다.


아내가 그 모습을 보더니 하는 말.

"나도 아빠 머리 만졌던 것 같은데"

모든 일의 원인은 아내였다.

(아내의 머리 만지기 유전자가 필히 셋찌에게 전해진 게 분명하다.)

아내는 내 머리는 안 만지긴 한다. 다행이다.

 4개가 내 머리를 만진다면.. 왠지 으스스하다.



난 날아올라
내 꿈을 위해
비밀 날개를 달고
누구보다 난 설레여
가끔은 뒤로
밀려난대도
숨을 한번 꾹 참고
힘주고 걸음을 디뎌
또 어두운 밤이 온대도
난 행복한 걸
꿈을 꾸는 순간조차
날고 있으니까

아침이 오면
들리는 소리
온 세상이 숨 쉬는 소리
햇살 틈으로
울리는 소리
온 세상이 잠 깨는 소리
더욱 가까이 기대도 된다는
바람결이 노래하는 멜로디

아이유- 바람의 멜로디[마당을 나온 암탉 ost]


한동안 첫찌가 신나게 매일 같이 불렀던 곡이다.

자연스럽게 둘찌, 셋찌도 같이 부르고,

그 옆에서 무한 반복 듣던 아내와 나도 멜로디를 같이 읊조리고 있게 되었다.

순간 깜짝 놀라 아들을 구박하곤 했다.

"아들! 그만 불러 자꾸 따라 하게 되잖아!"



가까이 있으면 말투와 행동은 전염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의식적으로 전염된다.

셋찌로 시작한 내 머리 만지기도 그렇게 퍼져 나간 것처럼.

아들의 무한반복 노래를 모두 따라 한 것처럼.


그래 그렇게 가족은 닮아갈 수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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