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야 잘 가

by 쥐방울

운동을 모르고 살았던 10대와 20대에는 주로 상체에 고민이 분포해 있었다. 힘을 줘야만 겨우 평평해지던 복부, 힘을 줘도 팔꿈치 위쪽에 늘어지는 살들, 2차 성징으로 변화된 몸에 지방이 더해지자 유방까지 모두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단단히 뭉쳐있는 승모근은 통증을 유발했지만, 이 모든 것을 어찌할 바 몰랐다.


출산 이후 몸에 대한 고민은 하체로 이어졌다. 만삭 때부터 서서히 중력의 힘을 고스란히 느끼며 종아리와 발목이 두꺼워지는 것 같은 변화와 한자리에서 오래 서있기라도 하면 발바닥은 지구라도 떠받치고 있다는 듯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쳐댔다.




이날의 몸 상태를 떠올려보았을 때 딱 눈사람이 떠올랐다. 겉모습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체감상 하체는 무겁고 상체는 가벼운 눈사람이 되었음을 인지했다. 이러한 컨디션을 강사님께 말씀드리자 고개를 끄덕이시며 다 알고 있다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하체를 조지게 될 것임을.


리포머에서 시작되는 수업은 보통 워밍업처럼 느껴지는 풋워크시리즈로 시작된다. 평소처럼 세 개의 스프링을 걸어서 편안하게 캐리지를 밀고 나가려던 찰나 오늘은 네 개의 스프링으로 무겁게 시도해 보자는 제안을 해주셨다. 그러자 누워서 척추를 바닥에 도장 찍는듯한 느낌 대신 다리에 집중하며 몸을 컨트롤하기 바빴다.


클래식필라테스에서 빠지지 않는 헌드레드 역시 평소보다 스프링을 하나 더 무겁게 걸고 100초간의 호흡을 마쳤다. 이어지는 숏스파인마사지의 평소 동작은 누워서 (1 step) 다리를 45도로 뻗고, (2 step) 발이 눈앞에 보이도록 끌어올린 후 (3 step) 무릎을 접고, (4 step) 척추 하나하나 느끼며 다시 내려오는 것이었다.


네 번으로 탁탁 끊으며 움직이던 그동안과 달리 부드럽게 연결시켜 보자는 주문이 들어왔다. 끝을 모르는 숏스파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척추 하나하나 느끼며 내려오는 아티큘레이션 구간에서 발은 얼굴 위에 고정시키고 다리를 전부 펴주자 등허리뿐만 아니라 햄스트링까지 스트레칭되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매트에서는 어떤 동작을 하다가도 마무리를 씰(seal)이라는 고관절에서 나오는듯한 물개박수를 치며 구르는 동작을 하고 마치면 된다고 배웠다. 리포머에서는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 마무리에 해당하는 동작이 꼭 프런트스필릿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만보도 거뜬히 걷게 해주는 근육들에게 시원한 스트레치를 선사해 주는 동작을 하기 전, 준비를 하고 미래를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미리 마음의 소리를 전달했다. '하체야 잘 가~'


평소보다 고관절을 더 아래쪽으로 한껏 눌러주어 당시엔 거의 다리 찢기를 하는듯한 느낌이었다. 학교 다닐 때 다리 한번 떨어보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발가락부터 다리 전체에 오는 진동이 당황스러웠지만 덕분에 가벼워진 하체를 가질 수 있었다. '다리야, 너도 이제 집에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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