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는 언제까지 덜덜거릴 것인가

by 쥐방울

이전에 경험해 본 풋바의 새로움은 리커버리 수업 그 자체였다. 컨디션이 그 끝을 모르고 한없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중에도 운동을 마냥 언제까지 쉴 수는 없었기에 지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컨디션이 바닥을 찍던 날을 지나 그 힘으로 다시 몸과 마음이 맑은 날도 찾아왔다.


레슨이 시작되기 전 역시나 컨디션을 묻는 강사의 질문에 표정부터 최상의 기분을 표현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방긋 웃으며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며 괜스레 회복된 심신을 고마운 마음에 귀엽게 뽐내보았다. 그 순간 강사는 하체의 무거움을 호소했을 당시처럼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체를 조지게 된 날이 1초 만에 데자뷔로 떠올랐지만 이미 늦었다. 컨디션이 최상인 이상 그에 맞게 색다른 필라테스를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레 예견된 일이었다. 즉 강사는 입으로 곧 보이지 않는 연기가 느껴질 만큼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줄 것이다.


원레그서클의 원은 축구공만 한 크기에서 매트만 한 크기로 바뀌며 온몸이 흔들리지 않고 스치듯 반복하는 동작에 집중했다. 복부를 한껏 쥐여 짜내는 복부시리즈도 팔다리를 다양한 각도로 바꾸어 복부 지방이 타서 분해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순간의 고통에 비하면 아쉽지만 느낌은 느낌일 뿐이었다.


엉덩뼈 닿을 곳만 있으면 매트가 아니라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동작 티저(teaser)는 전신운동인 필라테스의 꽃이다. 앉아서 다리는 들어 올리고 양팔은 앞으로 나란히 한채 1단계 상체가 내려갔다 올라오고, 2단계 다리를 내렸다 올리며 3단계 상체와 하체를 함께 눈높이와 발의 높이를 맞춰서 내려가고 올라온다.


포인트는 파워하우스로 상체와 하체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것인데 말이 쉽지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호흡을 참으니 얼굴은 벌게지고 머릿속은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뇌는 각 신체부위로 여러 지시사항을 내리지만 지시대로 수행하는 다리를 눈으로 보고 있자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내 다리는 언제까지 덜덜거릴 것인가'


티저에서 동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잠시 멈출 때 덜덜거리는 듯한 다리의 떨림은 쥐가 나는 듯한 근육 경련도 아니고, 책상 의자에 앉아서 일부러 다리를 떠는듯한 류도 아니며 열이 심할 때 일어나는 경련의 종류도 아니다. 그저 평소와 다른 난이도라는 것을 증명하듯 다리가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또 한 번 경험한 시간이었다. 통증만을 해결하기 위해 땀 흘리며 익숙해진 필라테스는 아무래도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지속하다 보니 익숙함에 재미를 찾는 날도 왔지만, 사실 진짜 필라테스는 누가 와도 다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속 깊은 녀석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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