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후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시작했었다. 혼자서는 선뜻 운동에 돈을 쓰고 시간을 낸다는 것조차 용기가 잘 나지 않을 때 동생이 다니던 요가원에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느낌으로 등록한 경험이 있었다. 결혼준비 기간에 체중감량의 희망을 품고 헬스장에 처음 등록했지만 기구 이용법을 제대로 모르니 트레드밀과 사이클만 단 두 개의 운동기구만 실컷 경험했다. 산을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등산을 가기로 했던 날,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 올라갔지만 어지럼증과 타액으로 보이는 구토증세로 출발 5분 만에 하강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
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운동을 중단해야만 했던 이유는 한결같다. 다이어트, 건강상 또는 호기심에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던 운동은 익숙하지 않거나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으니 당연히 전문가나 숙련된 사람처럼 잘하지 못했다. 요가시간에도 잘 되지 않는 동작들은 꼭 있었고, 헬스장에 있는 낯선 기구들은 해보기도 전에 겁부터 났으며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등산은 흔한 약수터까지도 도달하기 어려웠다. 잘하지 못하니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이 운동은 나와 맞지 않다고 느끼며 어느새 발길을 끊게 되었다.
지나온 출산과 여전히 진행형인 육아를 하면서 시작하게 된 필라테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정형외과에서 각종 주사와 약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운동을 시작했지만 역시 기본이 되어주는 체력이 없어서 약 반년 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나와의 전쟁이었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띵해지는 느낌, 발에 쥐가 나는 듯하고 머릿속 그려지는 이미지대로 실제로는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운동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힘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핑계를 마련하려는 듯 과거처럼 생각을 떠올렸다.
'나는 필라테스라는 운동과 맞지 않나 봐.'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하던 운동을 그만두고도 평범하게 잘 살 수 있는 20대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멈추는 것은 나만의 자유이지만 그 대가는 이전의 마이너스 체력을 끌어 쓰던 시기가 돌아올 것임을 스스로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벅차고 삐거덕거리는 운동이지만 50분의 힘겨운 시간으로 50년의 건강한 인생을 보장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여기며 드디어 뇌가 번뜩였던 생각의 오류를 이겨냈다. 이후에는 특별한 생각 없이 꾸준히 필라테스 센터에 출석하며 그저 지속했다.
생리가 끝난 직후에는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도 나면서 제법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했던 날도 있고, 괜히 몸이 무겁고 복부가 팽만해지는 것만 같은 생리 직전이나 생리 중일 때도 귀찮음을 이기고 출석해서 동작을 할 수 있는 만큼 나름대로 해내곤 했다. 그렇게 1년 정도 동작을 흉내라도 내는 것 같은 날과 다시 필린이로 돌아가는 것 같은 날을 반복하며 비록 편차가 큰 일반인이지만 꾸준히 했더니 안되던 동작이 갑자기 되는 날도 찾아왔다.
매트에 누워 두 다리를 천장으로 올린 채 양팔을 바닥에 누르는 힘으로 몸통을 천장으로 끌어올리는 롤오버(Roll Over) 동작이었다. 강사의 큐잉에 맞춰 손바닥을 매트에 강하게 누르면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 복부에 집중된 지방은 한껏 더 도드라지며 호흡은 일순간 잊게 되어서 이 동작의 차례가 다가올 때면 나도 모르게 내적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도 다른 날과 비슷하게 '잘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동작을 수행하는데 갑자기 두 무릎이 눈높이에 와있는 순간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을 경험했다.
이때부터였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고 나니 힘들었던 운동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계속하고 싶고 계속하다 보니까 조금씩 늘고 있는 게 보였다.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해주며 응원하지만 어른이 된 나에게는 적용시키지 못했었다. 잘하지 못해서 나랑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고 그럼에도 지속해서 재미를 맛보는 과정까지 개인차가 있겠지만 굉장히 오래 걸린듯하다. 아마 이런 과정을 유년기에 경험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여전히 진행형인 나의 운동은 학문처럼 곡선이 아닌 계단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첫 경험 이후로도 어느 정도의 몸을 움직인 시간이 쌓이면 또 다른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작지만 매콤한 맛을 보여주는 체어 기구에서 광배근의 힘으로 핸들을 잡고 올라오는 프레스업(Press Up)이다. 초반에는 근력이 부족해 페달을 딛고 시트까지 올라와 핸들에 매달리는 정도였는데 되지 않아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페달에서 바로 발을 떼고 올라서서 나이키 심벌의 바디를 만들어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거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간이 단축되겠지만 대개는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이다. 만약 지금 러닝이나 수영 혹은 어떤 분야이든지 하고 있는 운동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아주 조금만 더 지속해 보길 권하고 싶다. 근처의 맛있는 커피를 스스로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고, 추운 겨울이니 봄이 올 때까지만 더 해보자는 마음도 좋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당신만의 프레스업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와 맞는 운동이 인생운동이 아닌 꾸준히 하는 것만이 인생운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