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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23. 2022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시인 등단식


2022년 7월 29일 퇴직하기 직전에 문예지 신인문학상 공모전에 시를 공모하여 시부분에 당선되었다. 10월 22일 토요일에 호텔에서 반기 신인문학상 등단 식이 있었다. 짝꿍과 약간은 격식 있게 차려 입고 등단 식이 열리는 호텔로 향했다. 등단 식은 11시부터 개최되지만 10시 30분까지 입실해달라는 문자를 받아서 집에서 조금 넉넉히 9시 30분에 출발하였다. 규모가 큰 공모전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아들 며느리에겐 알리지 않고 짝꿍과 둘이 참석하였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축하 화환이 넘쳐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같이 오는 건데.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다.


접수대에 접수를 마치고 짝꿍과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많은 화환이 놓여있고 꽃다발을 든 가족들이 삼삼오오 들어왔다.

"엉? 우리만 빈손으로?"

짝꿍이 미안해하길래

"내가 꽃인데 뭐. 괜찮아"

마주 보고 웃었다.

꽃다발과 꽃 바구니로 하해주려는 가족들의 표정이 밝다. 아들, 딸 등단을 축하해주러 오신 부모님, 부모님의 등단을 축하해주러 온 자식들, 그리고 나처럼 짝꿍, 친구들 등 다양한 축하객이 모였다. 오늘 등단하는 시인들 중에 젊은 분도 있었지만 나보다 연륜이 쌓인 분들도 많았다. 시는 연륜이 묻어나고 많은 추억이 있으면 쓰고 싶은 글감도 많아지고 좋은 시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보컬 그룹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와~ 오랜만에 듣는 어니언스의 '편지' 노래가 마음을 흔든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다음은 오늘 등단식에 딱 맞는 정태춘, 박은옥의 '시인의 마을'이 이어졌다. 선곡이 참 좋다. 드디어 오늘 나도 시인의 마을에 입성했다. 등단한 시인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나처럼 퇴직하고 글 쓰는 분들부터  섬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시는 분. 목사님, 음악가, 요리사, 의사, 교수, 회사원 등 다양했다. 신기한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 남성 분들의 감성이 더 깊어지는 걸까? 아니면 그동안 가족들 생계 때문에 쓰고 싶은 욕구를 깊이 감추어 두었다가 지금에야 꺼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축사에 이어 심사위원님 소개, 시 낭송, 시평 등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등단 패 증정식이 있었다. 시 낭송은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 판다. 시 낭송에 관심이 있기에 귀가 쫑긋 해진다. 목소리도 너무 좋고 다섯 편 시를 다 외워서 낭송해주신 교수님이 너무 멋져 보였다. 하마터면  눈물 한 방울을 떨굴 뻔했다. 시 다섯 편이 모두 그리움으로 꽉 차있어 내 마음도 그리움으로 몽글몽글해진다. 시란 이런 거구나.  


작가 헌장

등단 인증서 옆에 끼워져 있는 작가 헌장이 어릴 적 국민교육 헌장처럼 묵직하다. 내가 문인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 '깊은 사유와 글향 속 영혼의 울림을 통한 어둠의 빛을 사회에 비추며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문인이 될 것을 다짐한다.'는 귀절도 무겁다. 많은 절제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문학상 등단식을 통해 시인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시 열심히 쓰리라 다짐해 본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울림이 있는 좋은 시도 쓰고 내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 독자도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아직 가을이 머물러 있었구나. 아름다운 가을 끝자락에서 난 시인으로 등단하며 등단 시인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처럼 아름답고 멋진 시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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