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지석 Oct 14. 2024

방화범

2부 그들은 내 머릿속에 있어

 아름답게 아름답게

 활활 타올라라

 붉고 붉게 붉고 맑게


 젖은 벽지 벗겨지고 피어나는 곰팡이

 어색함을 품은 채 숲을 이뤘지

 썩지 않은 풀은 과거에 썩어버려서

 더 이상 썩을 수 없었던 것뿐이었고


 찢긴 종이와 피 묻은 종이

 그 사이

 죽은 바퀴벌레 시체 두 구

 장의사는 관짝을 제작해 줄까?


 이럴 거면 무당이나 될 걸 그랬어

 접신이나 배워둘 걸 그랬어

 이상을 몸에 두는 편이 훨 낫지 암.

 

 여기를 봐봐 환한 대낮인데 밤이야

 생명이 없는데 뱉어지는 숨은 어색해

 살아있는 것이 없는 자연

 살아있는 것이 없는 숲


 아름답지 않아 전혀

 아름답지 않아 전혀


 한 폭의 꽃이라도 되렴


 활활 타올라라

 붉고 붉게 붉고 맑게


 아름답게 아름답게

이전 09화 신기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