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7일 토요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00년도부터 2002년까지 SBS에서 했던 시트콤 제목이에요. 이 시트콤을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생각나네요.
6월 7일부터 10일까지로 예정이었던 가오카오(중국판 수능)를 7월로 한 달 연기했어요. 중국 사람들에게는 항조우 아시안 게임 연기보다 파장이 더 크죠. 중국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기와 관심에 비하면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취미예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귀족 유치원 예약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괜찮다는 유치원 한 달 원비가 한국 돈으로 200만 원 넘는 곳도 많아요. 유치원 때부터 원어민 영어 교사에 음대 미대 체대 나온 전공자에게 예체능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요. 북경대 체대 졸업생에게 줄넘기 레슨 1시간에 300위안 줬다고 하니 저렴하게 했다고 부러움을 샀다죠.
성省마다 특별시마다 다른 문제로 시험을 보지만 비교적 공정하게 하기 때문에 본인만 열심히 하면 가오카오가 중국에서는 아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구조이자 신분 수직 상승 사다리예요.
자녀 교육이라면 언제든지 모국도 바꿀 준비가 되어있는 이 나라에서 대학입시시험 연기라니요. 상해 지역만 연기했지만요. 우리나라라면 있었을 시험 공정성, 학사 일정 연기 등등 이런 논의 따위 다 필요 없이 깔끔하게 가오카오를 연기해버리는 제로 코로나를 위한 그들의 열정과 진심(?)을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싱가포르로 이민 가려고 알아보는 중국인 숫자가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보다 많다고 하네요.
싱가포르, 캐나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이민을 고민하는 그들의 마음도 이해가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데 말하지 못하고 사는 그들
오늘 상해 기온 25도까지 올라갔어요.해진 다음에 몰아서 걸으니 좀 힘들더라고요. 어젯밤에 8km 걸었더니 다리 뻐근했어요.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야 해요. 언제 다시 단지 내 산책이 금지될지 몰라요. 하루에 적어도 6km 보통은 8km에서 많이 걸을 때는 12km도 걸어요.
아침에 더워지기 전에 좀 걸어볼까 하고 밖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운동회 달리기 하듯이 많이 나와서 걷고 있네요. 역시 세상은 제가 아는 게 다가 아니에요. 제가 잠자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열심히 단지를 산책하고 있었네요.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원주민과 세입자로 명확히 나눠져요. 딱 보면 누가 원주민(부자라고 읽으면 되어요)인지 세입자인지 알아요. 원주민들은 아파트 몇 채씩 받았어요. 다른 지역에서는 토지 보상으로 아파트 한 동씩 받는 원주민들도 있었다는 전설도 있어요. 저희 집주인만 해도 이 아파트에 5채가 있어요. 나이 드신 분들은 다 원주민이고 아파트 몇 채씩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다 세입자이고 직장인들이에요. 이 상황이 아니었으면 이 라인에 누가 살았을지도 몰랐을 텐데요.누가 무엇을 먹고 사용하는지 이제는 쓰레기만 봐도 다 알아요. 사생활 같은 것 없어요.
오늘 7차 구호품 받았어요.
봉쇄 일주일 연장이죠.구호품 받을 때마다 발에 찬 족쇄에 쇳덩어리 하나가 더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제 때 안 내려갔더니 집주인이 대리 수령해서 저희 집 문 앞에 놓고 갔어요.아파트 라인 단체방에서도 구호품 준다고 하니까 그럼 언제 격리 해제되냐고 투덜거리네요. 야채 말고는 제가 쓸 수 있는 게 없어서 나머지 구호품은 집주인에게 가져다 드렸어요.
제가 택배를 못 받거나 구호품을 못 받을 일은 없어요.11층에 사는 저희 집주인이 저를 챙기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다른 층에 있는 분들도 제 물건 챙겨서 문 앞에 두고 가요.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의 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아이도 아닌 나이에 아파트 라인 주민 분들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살고 있네요.
2000년도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제목은
2022년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를 하겠다는 이 상황에서는
이제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고 바뀌어야 할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