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간다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오늘 26번째 핵산 검사를 했어요. 항원 검사는 매일 해서 이제 몇 번 했는지가 의미가 없어요.
오늘 내일하고 민항구 전체 핵산 검사를 한다고 한 명도 빠지면 안 된다고 단체방에서 이야기하네요.
언제는 선택해서 했나요. 뭔가 변화가 있을 거 같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는 실제 느껴지는 변화는 없어요.
6월 1일부터 봉쇄 해제 수순을 밟아서 6월 중순에는 정상화한다는 발표가 오늘 있었지만요. 다들 앞으로 한 달은 추가로 봉쇄한다고 이야기해요.
3월 18일부터 시작된 봉쇄가 오늘로 60일 차네요
일 년의 1/6에 해당하는 시간이에요. 60일이면 한 나라의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인데 그 긴 시간 여기 아파트에 갇혀있네요. 격리 시작 전에 제가 봤던 영화가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였어요.
2차 세계 대전이 발생하기 전 전쟁 발발을 막으려고 했던 휴 레가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역사 상 자기들조차도 역사 상 가장 어리석은 판단이었다고 부끄러워하는 체코 슬로바키아를 독일의 영토로 인정해주고 평화를 얻으려 했지만 2차 세계 대전은 일어나고 맙니다.역사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는 것은 진리일까요.
봉쇄 시작 전 저는 상해 전체 봉쇄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안 갈 수 있지 않을까 순진한 생각을 했었지만 <뮌헨-전쟁의 문턱에서>처럼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났습니다
봉쇄 초기 저는 <감기>, <부산행>,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소재 영화 3편에 동시 캐스팅된 기분이었고
<G.I. 제인>의 오닐 중위처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노력했고 광란의 굿판에 강제로 끌려가 망나니가 칼춤을 추는 상황에서 넷플 드라마 <지옥>을 체험했습니다. 지속된 봉쇄는 SBS 드라마 <49일>처럼 이승을 떠난 영혼도 하늘도 돌아갈 시간 넘겼고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드라마 제목은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고 바꾸어야 했고 영화 <트루먼쇼>처럼 제가 있는 시공간이 쇼가 아닐까 하는 생각 하면서 <60일 지정 생존자>를 찍었습니다.
지금 제 마음은 105일간 전투를 다룬 <겨울 전쟁>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1939년 11월 30일에서 1940년 3월 13일까지 105일 동안 소련과 핀란드 사이에 있었던 전쟁
일반적으로 우세했던 소련에 대항해서 자유를 지키고자 했던 핀란드 사람들은 결사적으로 항전했으나 핀란드의 패배로 끝났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았어요.
현재 저는 여러 편의 영화에 동시 출연하면서 끝이 나지 않는 영화를 찍고 있네요.
제 봉쇄 생활이 다른 사람들보다 혹독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푸시 지역 공식적 봉쇄가 시작된 4월 1일 이전인 3월 18일부터 조기 봉쇄를 해서 외부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마트 광클하면 어느 정도 필요한 물건이 구해졌으니까 좀 불편하구나 생각했고 언제 풀릴까 봉쇄 해제를 꿈꾸었던 해맑은 시절이었습니다.
지인 분께서 장을 2번 봤다 주셨는데요. 처음에는 부탁드린 것만 봤다 주셨는데 마지막 3월 31일 상해 전역 봉쇄 들어가기 전 날에는 본인이 알아서 추가해서 물건을 사다 주셨어요.제가 답답했던 거죠.
바깥세상은 전쟁 직전이라서 사람들이 먹을 것 확보하려 하는 데 전 감자 2개 파프리카 2개 이러고 있으니까요. 알아서 수량 조절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추가해서 장바구니 2개로 가득 채워서 장 봐다가 주었고 그걸로 열흘 정도 버틴 것 같아요.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평소에 재고 없이 딱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 한몫했네요.
4월 1일 이후 진짜 상해가 모든 게 멈췄고 마트고 시장이고 물건이 다 동났고 물류가 올 스탑 되었네요.
중국 정부의 지나친 조기 교육(봉쇄라고 읽으면 되세요)으로 상황 파악 못한 학습 지진아가 저였어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60일 기념 당근케이크 만들었어요.지금 오기 충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2022년 5월 16일 지금 저는 이 드라마의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네요.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