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고마리 씨앗의 잡도리
나는 어릴 때부터 참 나를 미워했고 싫어했다.
동네 친구들과 녹물이 나오는 놀이터나 공터에서 땅따먹기, 술래잡기, 미끄럼 타기, 노는 걸 좋아했지만 언니만큼은 매일 유치원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던져두고 놀이터에 살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좋으면서 자주 나가지 않는 내가 싫었다. 놀이터에 항상 앉아있던 메리야스의 덩치 큰 아저씨를 퇴치할 때 이름나이 모르는 놀이터동기들보다 더 앞장서서 바보라 놀리지 못한 겁쟁이인 내가 싫었다. 언니보다 몰래 찬장에 숨겨진 설탕을 더 먹는 내가 싫었다. 언니와 싸우거나 다툴 때 종아리를 맞거나 손들고 서있을 때 팔이 아픈 내가 너무 싫었다.
좋았다. 동네친구들이 좋았다.
이름도 나이도 기억나지 않는 동네친구들은 자주 나오지 않는 나를 항상 편하고 재밌게 놀았지만 한 번도 좋아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한 내가 싫었다.
겨울밤,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와 내복입고 파르르 떨며 언니와 울었던 기억에 이어져 갑자기 이사를 갔다.
입학한 초등학교 때 김치를 잘 못 먹는다며 때리거나 나를 세워서 비아냥 거릴 때도 가만히 있었던 내가 싫었다. 화장실에서 여자애들에게 맞고, 담임에게 맞고, 등굣길 축구공으로 배를 맞았을 때 배를 웅크리며 혼자 운동장에 누워 울먹이는 내가 싫었다.
초등학교 때 이모는 항상 나는 모든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 스스로를 혐오하는데 어떻게 타인을 좋아 할까.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나를 더 혐오했다. 안정적이 못하고 1인분의 몫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직종이나 이직하는 과정에서 나를 위해 돈을 모으지 못한 내가 싫었다.
남들처럼 아르바이트 몇 교대, 조교, 취업준비를 하지 못한 내가 지독히도 혐오스러웠다.
하나도 잘하지 못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이유 없이 나를 경계하고 싫어하며 살을 붙이는 무리들의 막말과 모욕적인 언행, 대응은커녕, 암묵적으로 따라하고 부모찬스를 써서 뺏겨도 무기력하게 암묵적으로 무시해야 하며 생존하기 바쁜 내가 너무 혐오스러웠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혐오스러웠다.
늦깎이 청년 여자, 노처녀가 되어 극단적인 여성인권주의자 취급을 받으면서도 호산구씨의 치료와 돈에 쫓기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호산구씨와 화해하기 위해 병원에 가면 날이면,
나들이 나오듯이 보호자와 안색 좋게 화장을 하고 고심해서 고른 옷 코디를 입고 병원을 마실처럼 나온 환자들조차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입원하는 모습에 비해
몇 몇 병원으로 부터 정확한 진단은 커녕 꾀병취급을 받으며 외래일마다 잦은 채혈로 어지러워 일어나기 힘들때마다, 혼자 채혈실 의자에 앉아 눈물이 핑 돌면서 마치 고군분투했던 지난 1년의 투병시간이 초등학교 시절 초라하게 운동장에 웅크려서 배를 잡고 울먹이는 모습이 떠올라 내가 더 싫었다.
드디어 브런치작가가 되었는데.. 골수검사를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골수검사를 거부하는 몇몇 병원 일정과 의료진의 오진,농락질에 시간을 쫓기고 돈에 쫓기는 상황에서.. 자주 연재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대부분의 경제생태계를 독과점하며 오만과 병적으로 과욕스러워 남에대해 과잉으로 의식하고.. 타인의 씨앗까지 밟아버리지 못하면 스스로 타인으로 이식되기 위해 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이득을 챙기는.. 의료공화국의 병원장, 국회의원 딸이 아닌.. 무능력한 내가 더 싫었다.
마치 나를 혐오하라고 덫을 쳐놓은 상황에서 아무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와 나의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내 현실이 너무 잔혹하고 혐오스러웠다.
어쩌면 오롯한 호산구씨는 나에게 너무 스스로를 혐오하지 말라고, 나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남은 시간과 기회를 준거다.
오롯한호산구씨는 내 혈액 속에서 병마와 싸워 솟구치는 만큼이나 나 스스로를 제발 사랑해 달라고 전달해 주기 위해 찾아왔나 보다.
제인오스틴의 책에 나오는 부유한 여자 작가처럼 돈걱정 없이 희귀질환 치료와 내가 도전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더라도, 오롯한호산구씨가 내 피 속에서 관해 되더라도, 꾸준히 스스로를 존중해주고 하고 싶었던 일에 몰입하라고 그렇게 호산구씨는 오롯이 나를 사랑하라고 몰입하라고,
그렇게 먼저 나부터 혐오하지 않고 초등학교시절 이모의 말과는 반대로 되라고.
나 먼저 스스로 혐오하고 싫어하지 말고 남들 또한 나처럼 혐오하고 싫어하지 말고,
나 스스로 존중하는 만큼 남들도 존중하라고 그렇게 호산구씨는 알려 주고 싶었다보다. 울분에 가득 차며 원망했지만 호산구씨에게 고맙다.
작년 3월 봄 길에서 마주친 개미취꽃말처럼 호산구씨를 만나 버틸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함을 잊지 않을 거다.
#오롯한호산구씨 #자기혐오금지 #나 스스로 존중하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