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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Jul 25. 2022

나를 사랑하는 것

오늘의 시: 열한 번째


우리는 모두 별의 후손*이라 했다
아주 오랜 옛날 초신성이 폭발한 잔해에서
우주먼지 속에서 지구가 태어났고
우리도 그 자그마한 조각들로 만들어졌다

눈앞에 있는 작은 문제에 얽매여
몇 날 며칠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때
절망에 빠질 때
문득 내가 별의 아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 별은 그냥 거기서 빛을 내며 있었을 것이다
존재만으로 가치있는 순간이 있잖아
수많은 것들이 왔다 가고, 피어나 사그라져도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외롭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도 먼 옛날 내가 나기 전의 별을 생각한다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 같으면
또 내 세포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우주를 상상한다

지금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인과 연의 터널을 지나
나는 그저 담담히 존재한다
존재함으로 아름다운 내가 여기에



*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에서 나오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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