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

by 언더독

보름 이상 쉬는 날 없이 일하다 보면, 어떻게 날이 맞아 하루 정도 쉴 수밖에 없는 날이 올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고, 이 기회를 이용해 오늘 출판사와 2시간가량의 미팅을 하고 왔다. 미팅을 하고 온 뒤, 그간 쌓였던 피로가 몰려와 몇 시간을 잠이 들었다. 깨어나서 글을 잡는다.


나는 빠른 모멘텀을 추구하기에, 최대한 스피드를 가지고 출판 작업에 박차를 가해보자는 뜻을 비췄다. 대표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서로간 해나가야 할 일들이 주어졌다. 나는 내 몫을 당장 지금부터 시작할 계획이고, 지금 쓰는 이 글 또한 계획의 일부이다.


그렇다. 내일 아침 일찍 다시금 출근을 한다. 나 또한 별 볼일 없는 인간의 신체를 지니고 있기에, 피로를 느끼고 정신적 고통도 느낀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그런 한계를 느낄 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관두면 뭐 할 건데?


나에게는 이 질문이 꽤나 진리적인 논점을 준다. 여행, 명품, 자동차, 좋은 집, 섹시한 여자 등에도 유의미한 큰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다. 내가 갈증을 느끼는 것은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아주 간절한 갈증이다. 그러한 역치를 가지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과 깊은 교감을 하기 어려운 별종이다. 나의 생활양식과 집착스러운 비전을 진심으로 보여주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아나버린다.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괴롭다 하여 가만히 있는 것은 나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나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다. 스스로 손해 보는 행동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게는 동기부여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그런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일종의 희망을 품고 산다. 돈이 많고 걱정거리가 없는 편안하고 윤택한 삶에 대한 희망이다. 또는 일시적인 과소비를 반복적으로 취하여 잠시라도 어떠한 땜빵을 해보려 하는 희망이다.


희망. 희망이라는 것은 형언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면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베인'은 해당 시리즈에서 '배트맨'이 상대하게 되는 빌런이다. 이 인물은 큰 우물 같이 생긴 지하 감옥에서 태어났다. 그 우물 감옥을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벽을 기어오르고, 드문드문 남아 있는 발판 거리 사이를 점프해 가며, 하늘이 보이는 지상의 우물 담벼락을 넘는 것이다. '베인'은 그것을 해낸 유일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베인'은 우물을 탈출하여 '고담'시로 오게 된다. '고담'시 지하에 원자폭탄을 설치해 놓고, 시 전체를 무정부상태로 만든다. 일종의 혁명을 모방하는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지금껏 호의호식해 왔던 일부 권력층을 끌어내리고, 다시금 '고담시'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프로파간다를 들고 나온다. '고담'시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원자폭탄이 몇 시간 내로 폭발하도록 설정해 뒀다. 어쨌거나 '고담'시는 잿더미가 될 터였다.


'베인'이 '배트맨'에게 주고자 했던 것은 최강의 고통이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배트맨'에게는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인'은 '배트맨'을 죽이지는 않는다. 죽이는 것으로는 '배트맨'에게 최강의 고통을 안겨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인'은 '배트맨'의 척추를 부러트리고는 자신이 태어났던 감옥에 넣는다. '배트맨'의 감방에 '고담'시에 핵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는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배트맨: 여긴 어디지?


베인: 집이다. 나는 여기서 절망이 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너도 깨닫게 될 것이야. 이 감옥이 지상 최고의 지옥이라 불리는 데엔 이유가 있다. 희망 때문이지. 이곳의 모두가 빛을 올려다보며 기어올라 자유의 몸이 되는 걸 꿈꾸면서도... 몇백 년 동안 여기서 썩어가기 때문이다. 너무 쉽고, 간단하지. 표류당한 선원들이 갈증을 이기지 못해 바닷물을 마시듯이... 많은 자들이 탈출을 시도하다 수도 없이 죽었다. 희망 없이 진정한 절망은 없다는 것을 나는 여기서 배웠다. 그러니 고담을 겁박할 때... 그들의 영혼까지 스며들도록 희망을 줄 것이다. 그들이 살 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서... 살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 꼴을 네가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온 도시가 짓밟히는 광경을 네게 보여주겠다. 그리고 네가 스스로의 실패의 무게를 깨닫는 순간이... 비로소 라스 알 굴의 대업이 완수되는 때일 것이다. 우린 고담을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거사를 전부 마친 후... 고담이 잿더미가 되면... 그때 네게 죽음을 허락해 주마.






'자유인'.


그러니까 모두가 염원하는 자유를 득하고 유지한다고 해서,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안락함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베인'이 말하는 희망의 개념과 유사하다. 나는 1000억 이상이 넘어가는 규모의 제국을 일군 사업가들을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그들은 안락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그들이 받는 정신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큰 손 투자자들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투자금의 크기가 커져감에 따라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나날이 크게 다가온다. 세금 압박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가 속세에 존재하는 가장 비싼 가치제일 확률이 아주 높다. 그렇기에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


요지는 스스로 절망을 재촉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수의 저들은 안락함을 쫓기보다는, 스스로 강력한 인간이 되고자 맹수를 앞에 두고 물러서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스스로 강력한 인간이 되는 것만이 근원적인 해결책임을 세상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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