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지저분하거나 깔끔하지 않은 것을 정리하는 편이다. 머리도 그렇다. 학생 때부터 그랬다. 머리 안 자르려고 기를 쓰는 애들 보면, 왜 저러나 싶었다.
짧은 머리를 좋아한다. 아이비리그 밖에 안 한다. 그게 제일 손이 안 간다.
오늘 머리 자르고 왔다. 원래 계속 보던 남자 선생님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관뒀나보다. 그래서 스케줄 비는 아무 선생님 예약해서 잘랐다. 가서 앉고 보니 이제 갓 스무 살 정도 돼 보이는 체구가 작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웃음을 짓지 않으면, 여자들이 무서워하기 때문에 미소를 의도적으로 머금고 인사를 드렸다. 보통 머리를 자를 때, 잠시 눈을 감고 있는 편이다. 그럴 때 피로를 잠깐 회복한다.
내가 느꼈던 건, 이 어린 여자애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심하게 보고 자르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내가 눈을 뜰 때, 눈치껏 어디가 어떻게 되면 더 좋겠는지 물어봐주기도 했다.
머리를 감겨줄 때도 열심히 해줬다. 응당 사람이라면 다들 이 정도 감각은 느낄 수 있다. 열심히 해주고 있는지 아닌지.
얼추 다 마치고, 자기가 오늘 첫 근무인데 머리를 자른 사진을 남겨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사진을 어플에 남겨서 홍보에 활용할 목적일 것이다.
나는 흔쾌히 그러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머리는 그저 그랬다. 원래 나는 헤어에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 아니기도 하고, 여자애가 성심껏 해줬기 때문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서며 카운터에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에게 뒷바람도 넣었다. 오늘 내 머리 자른 직원 명함 챙겨가겠다고.
필드에서의 비결은 저기에 있다. 주식 스킬이나 경제 지식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도'. 바를 '정'에 길 '도'.
국적, 언어, 장소, 시기 불문이다. 아무리 지옥 같은 곳을 가더라도, 스스로 뭔가 해보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좋은 마음이 간다.
여자들만 모여 일하는 곳에서 기싸움 받으며 일하는 어린 막내 생활이 얼마나 갑갑하겠는가. 그럼에도 열심히 하니 참 좋아 보이는 것이다.
별 일이 없는 하루였기에, 감사한 날이었다. 하늘도 높고 청명했다.
4차 총회는 10월 6일 서울 영등포 당산역 근처에서 진행된다. 내일 장소 섭외를 마치면, 시간을 공지하겠다. 4일까지는 세미나실에 추가 인원 결제가 가능하니, 의사 있는 분들은 아래 단톡방 들어오시면 예약 도와드린다.
입장 시, 프로필명을 '브런치 계정명'으로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입장 코드 : 0728
https://open.kakao.com/o/gLGt97wg
[ 총회 진행 목차 ]
- 돈은 무엇인가(Gold standard, Fiat currency, Fractional Reserve bank system, 연준 통화정책 등)
- 한국의 세금은 무엇인가(실 참여자 외 완전한 비공개)
-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 방안(하나마나한 소리 말고. 개인 또는 가구가 할 수 있는 구체적 자원 배치 및 주식 투자 전략.)
- 주식, 금, 비트코인, 부동산, 파생상품, 레버리지에 대한 거시적 인사이트 제공
- 정신 개조(정신 강화, 신체 강화에 대한 인사이트 제공)
- Q&A / 팬미팅
* 참가 비용 : 5만 원 / '웰컴 드링크' 제공 / 녹음 녹취 불가, 필기 가능
2시간 진행되며, 1시간 20분 정도는 내가 준비한 지금 시대 경제 대응 방안을 전달한다.
후에 남는 시간에는 자유로운 Q&A가 오고 간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드리려고 애쓴다. 참석하는 분들이 참석을 위해 오고 간 거리와 시간도, 나는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고마워할 줄 알기 때문이다.
글, 제품, 서비스에 꾸준히 정도를 걸으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정도'의 개념을 여러분들에게도 권한다. 좋은 것이고,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굿나잇.
Redbone - Childish Gambino (Guitar Cover)
https://www.youtube.com/watch?v=EVL4zoKHw5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