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밍아웃-2
2024년 12월 17일
요즘 들어 부쩍 아내의 졸린 증상이 심해졌다. 회사에서도 조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필름이 끊어지는 수준으로 잠이 쏟아진다는데... 입덧약의 부작용이 아닐까 걱정된다. 이제 13주가 되었는데도 아직 입덧은 계속되고 있다. 안정기로 접어들면 뭔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다음 진료쯤이면 입덧 증상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2024년 12월 18일
오늘 회사에서 부서장님과 고과면담이 있었다. 퇴근을 막 하려던 참에 잠시 얘기 좀 하자고 하시더니 고과면담을 진행했다. 결과는 올해도 고과 하나를 받았다. '크림이'가 생기고 좋은 일이 연달아서 생겨서 신기할 따름이다. '크림이'가 복덩이인가 보다.
고과면담 직전에 부서에 친한 과장형한테 먼저 '크림이'가 생겼다고 말했다. 부서 내에서는 처음 소식을 알리는 거였는데, 축하해 줘서 고마웠다. 이어서 면담 때 부서장님한테도 소식을 알려드렸더니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그전에 산전검사를 받은 것도 알고 계셔서 그런지 진심 어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이제 안정기이니 부서 사람들과 더불어 친구들한테도 슬슬 소식을 알려도 될 것 같다.
2024년 12월 20일
오늘은 나만 쉬는 날이라 밀린 화장실 청소를 했다. 그리고 차 무상수리를 해야 해서 점심을 빠르게 먹고 차 수리까지 마쳤다. 사실 오늘은 아내와 다른 부부와 함께 여자배구 직관을 가기로 미리 약속한 날이라서 얼른 볼 일을 마치고 집에 들러 아내를 태우고 배구를 보러 갔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운 관계로 다 같이 카페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배구장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나는 모두 배구 첫 직관이었는데, 생각보다 선수들이 가까이서 보여서 좋았다. 우리는 따로 팬인 선수는 없어서 김연경선수의 경기를 직관하러 갔는데, 김연경선수가 너무 잘 보여서 좋았다. 비록 그날 김연경 선수가 속한 흥국생명이 3:0으로 지는 바람에 우리의 생애 첫 직관은 허무하게 끝나버렸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서 좋았다.
'크림이'가 생긴 뒤로 여러 좋은 일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크림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려서 그런 건 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24년 12월 21일
내일 있을 아내의 친한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오늘 새벽부터 부산으로 향했다. 어제 배구를 보고 짐을 싸느라 조금 늦게 자버려서 오늘 아침 기차를 타는 게 너무 피곤했다. 기차에서 한숨 자고 나서 부산에 내렸다. 부산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 지 생각보다 쌀쌀했다.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아내가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었는데도 다들 임산부석에 앉아 모르는 척을 했다. 못 본 척하시는 분도 있고, 눈을 감고 계신 분도 있었다. 아직 이런 점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지금 만삭이 아니라서 망정이지 만약에 몸이 힘든 상황이었으면 정말 원망스러웠을 것 같다.
조금 기분이 나빠진 채로 서면에 도착해서 아내와 이전부터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도중에 안면이 있는 사장님이 오셔서 아내가 임신 소식도 알렸다.
그리고 아내는 약속시간이 되어 먼저 지인들을 만나러 가고, 나도 이내 자리를 옮겨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사실 2월이 예정일인 예비아빠라서 만삭 사진을 찍고 오는 길이었다. 친구의 아내와 함께 3명이서 만나게 되어 나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임신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는 다음 약속이 있어 아쉽지만 헤어졌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카페를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상황을 봐서 그 친구들에게도 '크림이'의 소식을 전했다. 다들 너무 축하해 줘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 사정이 있어 못 만난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알리고자 카톡방에도 소식을 전했다. 다들 축하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크림이'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2024년 12월 22일
아내의 친한 동생 결혼식에 참석했다. 사실 이 부부는 아내가 직접 웨딩 스냅을 찍어줘서 더 감회가 남달랐다. 아내가 찍은 사진이 영상으로도 나오고, 인화되어 걸려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아내의 친한 동생과 사진 촬영 때문에 안면이 있는 터라 같이 축하를 해주었다. 먼 거리를 와서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피곤이 싹 가셨다. 그리고 고맙게도 '크림이'의 옷까지 선물을 받았다. 아직 아무에게도 받은 적이 없었는데, '크림이'의 첫 선물이다. 아직 성별이 나오지 않았지만 너무 고마웠다. 집에 돌아오니 너무 피곤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2024년 12월 24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부서에서 선물 받은 케이크를 들고 오랜만에 빠르게 퇴근을 했다. 아내도 케이크를 회사에서 받았다며 들고 와서 우리는 케이크 부자가 되었다. 케이크는 잠시 두고 아내와 크리스마스 기념 겸 '크림이'의 소식을 알리고자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처치곤란이 되어 버린 케이크를 저녁 삼아 먹었다. 맛있긴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거의 다 남겼다. 나중에 또 먹어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미리 예약해 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크림이'가 생기고 첫 크리스마스이다.
Merry Christmas!
2024년 12월 25일
오늘은 미리 예약해 둔 식당에서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동네에서 나름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인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파인다이닝 식 코스요리를 한다고 해서 예약을 했다. 전체적으로 맛있고 좋았지만 역시 우린 양이 적어서 파인다이닝 코스 요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이고 하니 분위기 좋은 곳에서 오붓하게 점심을 즐기니 기분은 좋았다. 그다음 아내가 큰 맘먹고 산 옷을 입고 와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는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었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마침 자리가 나서 운 좋게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커피도 맛있고 자리도 구하고 다 좋았는데, 내가 아내의 사진을 너무 못 찍어서 아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내가 사진만 잘 찍었으면 하루종일 분위기가 좋을 뻔했는데 너무 속상했다. 카페에 거의 2시간은 넘게 있었는데 아내가 원하는 사진은 안 나오고 나는 더 잘 찍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속상한 마음이었다. 얼른 집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더 이상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원래 가려고 했던 노래방을 갔다. 코인 노래방에서 아내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나니 기분이 좀 풀렸다. 그러고 주차장을 가는 길에 분식집이 있어서 저녁도 해결할 겸 떡볶이, 튀김, 어묵을 포장해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얼른 옷을 갈아입고 포장해 온 분식을 먹었는데, 단 돈 만 원짜리 분식이 오늘 먹은 파인다이닝 점심보다 더 맛있었다. 우린 역시... 이런 게 더 입맛에 맞나 보다. 마무리가 좋아서 다 좋은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