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아주 활발한 '크림이'

강해진 태동과 아픈 아내의 허리

by 정올디

2025년 1월 30일


오늘은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길었던 연휴가 끝나고 다시 출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계속 내린 눈과 추위 때문에 집에서 아내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라는 애니메이션인데, 한번 볼까? 하고 시작한 걸 연휴 내내 나온 것까지 다 볼 기세로 보았다. 오랜만에 길게 쉬었더니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최근에 조금 바쁘게 살았더니 휴식이 필요했던 탓일까.

연휴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아내와 카페를 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보늬밤이 맛있는 곳이다.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바람도 쐴 겸 나갔는데 카페에 사람이 꽤 많았다. 예전에 갔을 때는 분명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어느새 유명해졌나 보다.

확실히 우리 부부는 카페에서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대화 주제가 바뀐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카스테라를 포장하러 이동했다. 사실 요즘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데, 카스테라 가게가 마침 이사를 고민 중인 동네라서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금 의지를 불태워보았다.

내일은 출근이지만 '크림이'를 만나는 날이다. 오랜만에 '크림이'를 만나는 것에 이 길었던 연휴가 끝나는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2025년 1월 31일


정말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그동안 쌓인 일도 많고, 오래 자리를 비우다 보니 다시 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오후에 '크림이'를 보러 가야 해서 밀렸던 일들을 대충 파악만 하고 얼른 퇴근을 했다.

사실 괌을 가기 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약간 걱정이 있었는데, 다녀와서 설 연휴를 집에서 푹 쉬어서 걱정보다는 '크림이'를 만난다는 기대가 앞섰다.

오늘은 '크림이'도 보고 아내의 자궁경부 길이도 쟀다. 사실 자궁경부 길이는 아내가 조금 걱정하던 부분이었는데, 이게 짧으면 조산의 위험이 있어 너무 많이 걷거나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아내는 평소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식후에 항상 걷고 있는데, 자궁경부 길이가 짧게 나오면 많이 걸을 수 없으니 약간 긴장한 상태로 검사를 했다.

다행히 아내의 자궁경부 길이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크림이'가 20주 차에 조금 못 미치는 성장이라고 하셨다. 19주 4일 크기로 정상 범주이긴 하지만 조금 작다고 하셨다. 아내가 조금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단백질.

크기와는 별개로 '크림이'는 초음파 검사 내내 아주 활발했다.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서 신기했다.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이 보였다.

병원을 나서면서 '크림이'가 조금 작은 게 마음에 걸려 바로 마트에 들러서 아내의 식사거리를 샀다. 사실 아내는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그렇게 많이는 먹지 못하고 있는데, 기왕 먹는 거 고단백질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화가 편한 두부도 사고, 단백질이 포함된 요거트 등을 샀다.

아내는 이제부터는 영양에 조금 신경을 써서 먹어보기로 했다. 앞으로 점점 더 소화가 힘들어질 텐데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2025년 2월 2일


오늘은 주말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금요일에 출근 후 정신없이 일을 한 탓에 오늘은 조금 업무 파악을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바빠서 일어난 일만 겨우 쳐내고 퇴근을 했다. 아내랑 집 근처 카페라도 나가려고 했는데, 집에 오니 피로가 몰려와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최근에 '크림이'가 아주 활발하다. 활발한 '크림이'를 느껴보고자 아내의 배에 가만히 손을 대고 '크림이'의 반응을 느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어느새 '크림이'가 우리에게 존재를 알릴 만큼 자랐다. 이제는 한 방향 소통이기는 하지만 소통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만 걱정은 벌써 이렇게 활발한데, 나중에 '크림이'가 더 커지게 되면 아내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태아가 산모의 갈비뼈를 차서 골절이 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러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활발한 '크림이'는 잘 크고 있다는 증거이니 항상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앞으로도 이대로 건강하게 출산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2025년 2월 4일


친한 동기 형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실 어젯밤에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오늘 다른 동기 한 명과 함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에게 '크림이'의 소식을 전하고 이런저런 안부를 물으며, 장례식장으로 갔다. 조금 더 좋은 소식으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와서 장례식장은 정신이 없었다. 동기 형과 겨우 인사를 나누고, 함께 간 동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벌써 이런 자리에 오는 나이가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며 온갖 생각이 스쳐갔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는 것과 시간은 참 빠르다는 것. 그리고 너무 지나친 걱정과 계산보다는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는 것.

'크림이'를 만날 때까지 아내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막상 '크림이'가 생기니 언제 고민을 했나 싶게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다. '크림이'가 태어나더라도 너무 큰 고민과 계산을 하지 않고 우리 세 가족이 행복하게 살 생각만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기와 세상 일은 참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그 정보를 다 흡수하지 못하면 마치 뒤처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고, 하나라도 더 흡수하기 위해 아등바등 하지만, 막상 안 하고 적당히 살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스스로 행복의 기준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크림이'는 6개월을 맞았고, 이제 벌써 임신 기간의 절반이 지나갔다. 곧 '크림이'를 맞이할 텐데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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