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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저녁 소감

by 구르는 소

횡단보도 앞에 섰다. 옆건물 유리창에 비친 한 명의 아저씨.

돼지다!

갈수록 돼지가 되어간다.

어제도 돼지, 오늘도 돼지, 내일도 돼지가 될 것이다.

안 빠진다. 이 눔의 얼굴살과 뱃살.

팔뚝과 다리의 근육들은 봄날의 꽃들처럼 다 흐드러져버렸다.

구르던 소는 어디 갔나? 살찐 돼지만 있다.

돼지가 되어간다.

이제 돼지가 되었다.



일을 끝내고 다시 횡단보도 앞에 섰다. 눈꺼풀이 무거운 돼지만 있다.

누군가 외쳤다.

"껍데기는 가라!"

부푼 뱃살 위에 껍데기만 남았다.

난 누군가, 왜 이러고 있나, 목적이 무엇인가

누가 내 살들을 다 발라 먹었나.

살과 피, 영혼은 온데간데없다.

껍데기만 남았다.


맛있으려나... 돼지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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