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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다 호구는 아니지요

종교에 현혹되거나 아니거나

by 작가이유리

주위를 보면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친숙하게 말을 건네며 친해 지려하고 그리고 친분이 좀 쌓였다 싶으면 넌지시 자신의 종교를 들이민다.

그게 정통 종교이든(불교, 천주교, 기독교 그 외 등등) 사이비 이든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인데

그쪽 사람들은 왜 자꾸 전도?라는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느 날 친한 동생이 그랬다. 근래에 교통사고도 나고 좋지 않은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자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앞집 언니가 같이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만났다.

그리고는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평소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20분쯤 지났을까.

아는 사람이 카페로 오기로 했다며 잠깐 이야기하다 갈거라 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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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카페로 와서는 앉아서 한다는 이야기가 조상의 덕을 못 보고 있다는 둥

남편이 바람이 난 것 같다는 둥 시답잖은 소리를 해댔다는 것.

그 동생은 화가 잔뜩 났지만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저 그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카페를 나왔다.


그 일을 겪은 후, 나에게 전화를 걸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로 욕을 해댔다.

나 또한 감정 이입이 되어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종교의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나는 그 종교가 어떤 것이든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듣기에 그 동생이 만난 사람의 종교는 흔히 말하는 이단이었던 듯하다.

어쨌거나 나는 동생이 그 무엇이든 그것에 현혹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일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현혹되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일까.

그 동생은 앞으로 앞집언니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더 이상 들이대지 말라고 경고를 할까.

아니면 아예 무시를 해버릴까.

어떻게 하든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없어져 버린 것임은 분명했다.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 우정을 나누다가 어떠한 계기로 신뢰를 잃었다면 그 관계는 끝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쉽사리 끊지 못하는 이유가 딱히 없다면 나라면 앞집이든 뒷집이든 옆집이든 얼굴을 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무런 힌트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종교(이단)의 믿음을 권유당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 아닌가.

나는 그 관계는 이미 깨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무 일 업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을 건네며 같이 차 한잔 하자고 하는 이 여자.

과연 그 속내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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