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2

(전지적 그의 시점) 20. 첫 만남은 떨떠름

by 작가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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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날씨가 텁텁하니 무더웠다.


아침부터 이론 강의스케줄 확인. 그리고 리조트를 또 재정비했다.

여자 손님을 맞이해야 했기에 더욱더 신경 쓰라는 이 강사의 지시가 있었고 나는 더 바쁜 날이 예상되었다.


전 날은 단체 손님들의 마지막 밤을 책임져야 했다.

들썩거리는 음악과 술과 함께 광란의 파티였다. 덕분에 나는 조금 비몽사몽 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이곳, 필리핀 아닐라오 X- boss 리조트에서는 다이빙 강습을 주로 하고 있다.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자유 다이빙을 즐기거나 체험. 또는 라이센스를 취득할 목적으로 온다.


그리고는 여유롭지만 시끌벅적한 휴가를 즐긴다.


내가 다이빙에 빠진 건 3년 전. 우연히 필리핀을 방문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오고

전역하고 나서는 다시 필리핀에 가고 싶어, 딱 1년만 다녀오자 생각하고 무작정 왔다.

그렇게 내가 다이빙을 처음 시작한 이곳, X-boss 리조트에서 강사를 시작하게 됐다.


아. 사실 강사 자격을 딴지는 이제 3개월, 그전까진 이강사의 어시 강사로 일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럭저럭 바쁘고 조금은 지치는 일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윽고 회색벤이 리조트 앞에 도착했다.


-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 안녕~~ 잘 지냈어~~?


- 어서 오세요 누나~


한 명은 아는 얼굴, 소민 누나 였고 한 명은 처음 본 여자였다.

올 때마다 항상 혼자 왔었는데 이번엔 어쩐 일로 친구를 데리고 왔다.


소민 누나는 1년 전 내가 처음 리조트에서 일할 때부터 자주 오는 회원이다. 이 강사 님과 무슨 관계인 듯한데. 자세한 내막까진 알 수 없었다.

친분을 쌓은 것보다는.. 짙은 관계?


처음 본 여자 손님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조금 깐깐하고 예민한 손님들은 우리 리조트를 처음 보면 이런 표정을 잘 짓는다.

시골의 한 리조트이고 오래되었으니 화려한 호텔을 상상했다면 이내 실망할 비주얼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여자도 그런 표정으로 내내 리조트를 둘러보았다.


- 시원한 거 갖다 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방은 어디죠?


-아 이쪽이에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소민누나가 내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야~ 오랜만이다!


-오랜만은 무슨 누나 한 달 전에도 왔고요~


-이야~ 한 달이나 됐어? 대박.. 나 너무 안 오네 여기~~ ㅎㅎㅎ


소민 누나는 정말 이 리조트에 살림을 차린 듯하다. 소민 누나 전용 방이 정말로 따로 있을 정도였으니까.


'저 여자는 계속 뾰루퉁해 있네..'


방을 안내하고 나왔는데 계속 신경 쓰였다.

리조트를 구경하다가도 이내 사람들은 만족하는듯한 표정을 보인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이쁘네요~ 와 경치가 진짜 좋다 ~" 하면서 말이다.


근데 저 여자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지? 방이 더러웠나? 아닌데.. 어제도 확인했고 오늘아침에도 확인했다. 침대 시트는 깨끗했고 방도 티끌하나 없었다.


똑똑똑


-저녁식사는 몇 시쯤 드릴까요?


-아 좀 빨리 먹고 싶은데..


-식사는 요청하신 대로 가재요리, 새우드릴 건데 혹시 한식 드시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저희 식당 직원이 한식도 잘해요


-현지식으로요


그 여자의 표정이 이상했다.

내가 뭐 말 실수 했나? 그런 거 없는데..?


방문을 나가니 깔깔 거리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다. 기분 나쁜 건 아닌 것 같네


진아라고 했던가.

소민누나 친구겠지?


흠. 되게 어려 보이네





저녁을 먹는 내내 소민누나는 이 강사와 대화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친구랑 왔으면 좀 챙기지… 이그..’


-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 네? 아.. 네 맛있네요


- 저희 식당 직원이 음식 잘해요. 아 진짜 한식 드시고 싶음 말씀하셔도 돼요. 거의 모든 메뉴 가능하고..

7일이나 계실 텐데.. 필리핀 음식이 몇 번 먹다 보면 질리거든요.


- 아.. 네


짧은 대답이다.


'후.. 이 여자 은근 포커페이스네.'


- 술은 좀 드세요? 여기 분위기가 다이빙 끝나면 항상 술 마시는 분위기라..


- 아. 그래요? 그건 맘에 드네.


- 네? 정말요? 하하.. 술 좋아하시나 보네요


- 왜요? 뭐가 웃겨요?


- 아니 다행이라고요. 근데 다른 건 맘에 안 들어요?


- 아. 그냥… 내 방이 계단 위에 있다는 거?


- 아.. 그건 제 방 옆으로 배정돼서 그래요. 제가 그쪽 담당 강사거든요

웬만하면 그렇게 가까이 배정을 해요. 스케쥴이 거의 같이 움직여야되고. 운동도 같이 하고


- 왜요? 그럴 이유가 있어요?


- 음…. 글쎄요? 그 규칙은 제가 안 만들어서… 하하..


- 이상한 규칙이네.


'헙…. '세다..


- 방... 바꿔 드릴까요..?


- 그 쪽이 제 담당이라면서요?


- 아네… 저도 별로예요? 그럼..담당 강사를 바꿔도 되고...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사실 소민누나는 마스터 다이버라 강사가 필요없었고 나는 내 첫 실전 다이빙 강의를 해야 했으니까.

내가 맡게된 손님이 바로 이 여자였다.

유 강사로 배정 하지 않은 이유는 소민누나의 친구였고 실수 하면 안된다 ...이 강사가 신신당부를 했으니..


- 뭐 놔두세요. 뭔 이유가 있겠죠. 그런 규칙을 만든 이유


- 아.. 네..


- 그 쪽은.. 술 좋아해요?


- 아. 전 즐기는 편은아니고 그냥 그 자리는 좋아해요


- 술은 안좋아하는데 술자리는 좋아한다?


- 아.. 뭐 그렇게 되나요?


- 애매하네요.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 아..


뻘쭘하게 하네 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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