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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어학연수: 이웃이 다 과외선생님

by 로우키 Aug 08. 2022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사회, 경제 과목 선생님 수업이 너무 좋았고 그때는 수학이 나오질 않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수학적인 머리가 전혀 없는 나는 전공기초 과목부터 허덕였다.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싫었고 우리 과 건물이 제일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그때 꼼수를 쓴 것이 좋아하는 교양과목으로 시간표를 짜는 것이었다. 대 부분이 영어, 일어, 불어 같이 언어에 관한 것 아니면 교육 심리, 교육 공학 같은 교육에 관한 과목이었다. 이때부터 영어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던 다는 어찌 되었든 전과나 복수 전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저학년을 다른 과 건물에서 살다시피 하는 동안 지나가다 만난 선배가 휴학한 거 아니었어? 아님 전과했어?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내가 얼마나 전공을 기피했는지는 알만하다. 나보다 졸업 후의 미래를 더 걱정하셨던 과 교수님의 시름이 깊어갈 때 즈음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 다행히 영어는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할 만큼 좋아했기에 어학연수기간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각오로 어학원을 알아보았다. 


조금 특별한 어학원 선정기 

1. 종로의 모든 유학원을 다 방문해 추천을 받았다. 

2. 유명한 모든 어학원 및 학원에서 추천해 준 곳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3. 인터넷 서치를 통해 그 외의 어학원들을 알아보고 한국 국기나 한국에 관한 정보가 있는 곳 역시 제외했다. 

4. 몇 남지 않은 리스트 중 안 되는 영어로 한국 학생이 몇 명이 있는지 문의했다. 

5. 두 곳에서 답변이 왔고 한 곳에서 현재 한국인 학생이 한 명 있는데 다음 달에 떠난다고 했다. 

그 학원을 등록했다. 이왕 가는 어학연수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 어학원 선정의 기준이었다. 


절박함은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다

Courtenay, Comox Valley, Vancouver Island 내가 등록한 어학원이 있는 곳이었다. 현지 캐나다 인들에게도 생소한 곳. Nanaimo 근처이며 배우 파멜라 앤더슨의 고향이라고 하면 그나마 사람들이 아 ~ 진짜 있는 곳이구나라고 인지하는 곳. 은퇴하신 분들이 주로 머무는 지역이기에 20대는 전무하다시피 한 곳. 

마을 전체 커피숍이 당시로 3곳 정도이고 가장 좋은 쇼핑몰이 Walmart이며 저녁 6시 이후 가로등이 소등되는 마을. 봄 내내 비가 내리는 깡 시골마을의 현장을 마주하고서야 얼마나 내가 무모했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당시 나는 영어 정복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놀고 싶은 유혹이 하나도 없는 곳,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 없는 곳이었음은 물론 아시아인을 처음 보는 캐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로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나서는 곳보다 더 목표 달성을 위해 적합한 곳은 없었다. 나만의 영어 사전 만들기는 그때 시작되었다. 나는 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다양한 현지 분들을 만날 때마다 기억해 두고 싶은 표현이 있으면 다 받아 적고 집에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어떡해서든 그 단어를 어학원이든 그 외의 상황에서든 써보았다.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써서라도 써 보고 교정을 받으며 체화해 갔다. 어학원 수업보다 나만의 사전 만들기 및 단어 체화 경험이 영어실력 향상에 훨씬 효과적이었다. 


무모했기에 얻은 결실들 

목표가 아무리 확고해도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지내는 것은 현타가 올 때가 많았다. 그래도 그 시간들을 견뎠기에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즈음엔 영어가 확실히 많이 늘어 있었다. 한국에 와서도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책, 영화, 회화학원 등록 등 다양한 영어 콘텐츠를 섭렵하며 꾸준히 영어를 생활화했다. 무엇보다 큰 결실은 영어실력 레벨 업이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 지겹고 어려운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돌아왔기에 얻은 결실. 미리 알았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깡 시골이었지만 무모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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