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
"선생님, 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다음 달 한 달만 더 수강하면 안 될까요? " "아직 혼자 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요." "실전반까지 다니셨으니까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하신 거예요. 반복하면 늘어질 수 있으니 일단 혼자 그간 배운 걸 복습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대형 어학원에서 TOEFL WR 강의를 할 때 수강생과 내가 나눈 대화이다.
영어는 언어이기에 장기간 꾸준히 해야 한다. 10분이더라도 되도록 매일 사용하는 게 좋고 삶의 일부가 되면 더더욱 좋다. 하지만 TOEFL, GRE와 같은 입시영어의 경우엔 단기간 빡세게 하는 걸 권장한다. 시험 영어도 영어이긴 하지만 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와는 거리가 있다. 개인의 유창함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본다기 보단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형태의 (논란이 가장 적을 수 있는) 언어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므로 시험 별 전략도 따로 있다. 그러므로 해당 시험 전문 학원이나 강사의 수업을 듣고 유형 및 점수 공략에 대해 익힌 후 문제를 많이 풀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오답 확인은 꼭 해야 한다.
TOEFL 강의는 보통 단과보다는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4과목 및 그룹 스터디로 구성된 종합반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각 과목 1 및 스터디가 1시간씩이라고 치면 하루에 5시간은 내가 공부하는 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입시 공부가 시작되면 하루 5+a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수업 시간 필기 내용 복습 및 단어 암기 문제 풀이 및 오답 확인 과제까지 하다 보면 보통 2시간은 금방 간다. 다시 말하면 하루 최소 7시간이 시험 준비에 필요한 셈이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체력도 떨어지고 마음도 지칠 때가 온다. 그 기간이 오래가지 않도록 최대한 집중해서 단기간에 마쳐야 한다.
모두가 이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일부 학생은 학원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같은 과목을 그 다음 달 또 듣고 실전반까지 수강이 끝나도 점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학원에 의지한다. 학원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성적이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공부할 시간이 확보가 덜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야 취약한 부분에 대한 대비도 되는 것인데 오랜 학원생활을 본인의 공부시간과 동일시하며 나는 해도 안돼라는 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배경으로 동일과정 수강 2달 이상 금지가 생겨났다.
모든 학생이 학원을 오래 다니고자 하는 게 아니기도 했고 대형 학원 구조상 강사는 개인 사업자로 이윤을 분배하는 시스템이었기에 다행히 학생들에게 "여러분, 제 수업은 동일과정 수강 2달 이상 금지예요." 그러니 한 번 들을 때 집중해서 들어주세요."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엔 키득키득 거리던 학생들도 진짜라는 걸 알고 각성한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터디도 마찬가지였다. 되도록 간식이나 식사를 하면서 하는 경우는 없도록 했고 조 별로 진도표를 잘 따라 정말 공부를 하는 팀인지 모니터링을 했다. 그러자 학생들의 점수 달성도 더 빨리 더 많이 되기 시작했다.
공인시험 준비와 비즈니스 영어도 어떻게 보면 접근 방법이 같다. 두 영역 모두 목적과 상황이 다르기에 생활 회화나 미드로 효율을 낼 수 없다. 어떤 형태의 영어를 준비하든 결국엔 내가 해야 한다. 내가 공부할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내가 사용하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나의 인생을 자꾸 외주 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결과물은 원하는 목표 달성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신뢰를 쌓아 줄 것이다.
"Nothing can bring you peace but yourself."
Self - Reliance, Ralph Waldo Em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