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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독서모임을 왜 하냐고요?

영어 독서 모임에서 사고를 확장하다

by 로우키 Aug 15. 2022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싫어도 책 읽는 건 무척 좋아했기에 독서 모임이 있다는 걸 듣고 바로 신청했었다. 무료로 다양한 관심사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소모임이 성행하고 있었기에 돈 내고 독서모임에 참가하자는 나에게 친구는 '참 배우는 거 좋아해'라고 했다. 더구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모임 참가가 불가하다는 규정까지 확인하자 친구는  '난 안 해'라고 선을 그었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인데 시간이 꽤 길었다. 책 읽는 건 좋은데 낯선 사람들하고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디지?라는 순간이 들어 고민하는 중에 여러 모임이 마감이 되고 있었다. 해서 선택지 없이 마감되지 않은 모임에 들어갔다. 첫 책의 이름이 '지리의 힘' (Prisoners of Geography) 이었다. 내가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지리'라니 더구나 저자 Tim Marshall은  국제 문제 전문기자이자 정치, 역사, 종교, 민족, 갈등과 분쟁에 관해 취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첫 모임이기도 했고 이미 낸 돈도 아까워 독후감 작성을 위해 억지로 책을 폈다. 


웬걸.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글이었다. 지역적 위치로 인해 국가의 위상, 재정은 물론 나아가 개인의 운명까지 결정된다는 맥락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책을 다 읽고 정신없이 독후감을 쓰고 있었다. 등받이 없는 착안감 제로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어색하게 인사하고 시작된 모임. 그런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우선 모임에 온 사람들의 배경이 다 달랐다.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해석이 다를 수 있다니 미국 석사 때 토론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구나'라는 신선함과 함께 다음 모임도 그다음 모임도 신청하다 이번엔 영어 독서 모임에 도전해 보았다. 


나는 한국어로도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미국에서도 소설은 거의 안 읽었었다. 게다가 영어 교육에 있다 보니 취미와 일의 연결될까 봐 고민이 되었다. '해보고 아니면 환불하지 뭐' 가볍게 신청한 영어독서 모임.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첫 책이 얇지는 않았다. 영어로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영어를 그렇게 많이 읽어야 하다니. 대충 흐름만 적고 빈약한 독후감을 냈다. 덜 읽고 가면 할 말이 적을 줄 알았는데 책과 관련된 여러 생각들을 나누다 보니 이 모임 또한 순식간에 빠져들게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성실한 독서가는 아니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린 게 내가 파트너가 되는 것이었다. 파트너가 되면 무료 모임 참가는 물론 소정의 수고료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에도 참가가 가능하다. 이때쯤 나에게 Trevari는 독서 자체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사고의 교환에서 배우는 즐거움이 더 클 때였다. '아무리 이점이 많아도 일도 영어로 하는데 파트너를? ''이건 환불도 안 되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는데?' ''음. 한 달에 한 번이잖아. 그냥 해.' 추진력 하나는 저리 가라는 나는 그렇게 영어 독서모임의 파트너가 되었다. 


그리고 모임 참가자였을 때 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먼저 파트너였기에 날림 독서가 불가능했다. 첫 번째 모임 발제는 파트너가 해야 했기에 더더욱 책을 제대로 읽어야 했다. 설사 내가 발제를 하지 않는다 해도 정독 후  멤버들의 독후감까지 읽어야  매끄러운 모임 진행이 가능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을 제대로 읽자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이 많아져 내가 멤버들 보다 모임을 더 기다릴 정도였다. 다음으로 관심사의 확장이다.  멤버들도 도서 선정이 가능했기에 기존엔 근처도 가지  않았을  공상과학 소설 Exhalation 과 연극 대본 Equus를  영어로 읽게 되었다. Equus 책은 얇았지만 다루는 주제가 심도 있고 강렬했다. Exhalation은 Ted Chian의 세계로 나를 인도해 준 귀한 책이다. 


영화든 소설이든 나는 불행한 결말이 있는 건 제하고 본다. 그런데 Ted Chiang은 Sci-Fi = Dystopian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깨 주었다. 과학소설이라고 하지만 솔이 담겼고 기술의 발전이 희망적으로 묘사되었다. 시적인 문체와 소제목까지 필사하고 싶게 만드는 필력은 물론 책 자체는 두껍지만 단편 모음집으로 구성되었기에 한동안 Exhalation 전도에 열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해 본다. 


“People are made of stories. Our memories are not the impartial accumulation of every second we’ve lived; they’re the narrative that we assembled out of selected moments. Which is why, even when we’ve experienced the same events as other individuals, we never constructed identical narratives: the criteria used for selecting moments were different for each of us, and a reflection of our personalities."


“Four things do not come back: the spoken word, the sped arrow, the past life, and the neglected opportunity,”


“Low expectations are a self-fulfilling prophecy. If we aim high, we’ll get better results.”

― Ted Chiang, Exhalation


영어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토론까지 하는 모임. 그리고 책의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각자의 사유를 공유하는 모임.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에 강추한다. 


더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아래 자료를 공유합니다.


https://www.goodreads.com/book/show/41160292-exhalation?from_search=true&from_srp=true&qid=VyfLsDvdGy&rank=1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9/05/13/science-fiction-doesnt-have-to-be-dystop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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