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Jul 28. 2022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

<층간소음의 해피엔딩이란 어떤 모습일까>

층간소음에 해피엔딩이 있을까?


층간소음이 있어도 웃으며 잘 지낸 사람의 이야기는 참 드문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인터넷 상을 검색해봤을 때나 뉴스 기사, 영상을 찾아본 바로는 그렇다.


우연히 미술을 잠시 배우러 지역 도서관을 다녔을 때 같이 떡볶이를 먹었던 동네 언니가 해준 이야기 하나는 그 와중에 동화같은 해피엔딩이었다.


이사를 간 아파트에서 새벽마다 윗집의 핸드폰 진동 알람이 '지잉~' 하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동네언니의 남편이 그 집 문에 조심스럽게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간식 하나를 걸어놨는데 윗집에서 알려줘서 고맙다며 이제는 핸드폰을 방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본인 현관문에 답장이 붙어있었다고 했다.


그 언니는 그날 이후로는 딱히 층간소음을 느껴본 적이 없단다.

헉, 그렇구나...


내가 신축 빌라 살 때 윗집의 건물주 할아버지가 새벽 5시마다 가래를 뱉고 소변보는 소리가 다 들렸을 때,

낮에는 수시로 옆집 건물주 손주인 남자 꼬맹이가 문을 쾅쾅 닫으며 장난을 치는 소리를 1년 11개월 버틴 것도 다른 곳은 안그럴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 아파트로 가면 튼튼한 집이 지어져 있을테니 이러진 않을거야.


그렇게 서울의 새 아파트에서 복도식으로 지어진 세 집 중 가운데집으로 들어갔는데 옆집들 아기 우는 소리, 복도에서 걷는 소리 등등이 그렇게 다 잘들릴 줄이야.

윗집들 세 곳에서 아랫집들 소리 잘들린다고 발망치를 그렇게 밤새, 낮밤 구분없이 해댈 줄 이야...

  

아파트 생활 1년 6개월 중 초반 1년을 넘게, 오른쪽대각선윗집에서 하루 종일 밖에도 안나가고 수시로 뛰다가 막판에는 새벽에만 우다다다 뛰던, 혼자사는 여자분에게 당했던 것(7개월은 내가 스터디카페 다니느라 밤에만 들었던 게 불행 중 다행),


5살짜리 애 있는 40대 초중반 부부가 왼쪽대각선윗집에서 1년간은 조용하다가 그후 6개월간 저녁과 밤새 발망치로 난리를 치던 을 생각하면 치가 떨릴 지경인데...


도망치듯 강 근처 산 아래 아주 아주 조용한 시골마을 전원주택에 이사와서도 알고보니 집 자재가 '샌드위치 판넬'이었다. 


종잇장처럼 집이 얇아서 모든 소리가 다 들리고 우리집 소리도 외부에 다 들리는 그런 농가주택인지라 앞집 집공사 소리가 다 들렸다.


엄청 조용한 마을인데 하필 우리 옆집만 엄청 시끄럽고 손님 부르기 좋아하는 집이어서 옆집에서 수시로 친구들 불러서 마당에서 소리지르고 깔깔 거리시는 소리, 새벽과 저녁에 개 짖는 소리가 너무나 또렷이 들려서 참고 또 참고 참다가 처음엔 조용히 말하니까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이 낄낄거리고 비웃고 오히려 그때마다 더 심하게 하셨다.


결국 남편이 플랜카드를 만들어 옆집이 잘 보이게 세우고 내가 경찰까지 불러서 '마당에서 하루 종일 나와서 소리지르고 새벽부터 차문 쾅쾅 닫고 이 동네가 자기들 땅인 것처럼 놀러와서 맘껏 큰 소리 치며 우리집 옆 밭에서 놀고 계시니 새벽 잠도 못자고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마음을 표현하니까,

한 3번째 너무 힘들다는 표현을 (그때는 창문 열고 '제발 조용히 좀 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했다)할 때쯤이었나.


그제야 본인들도 조금 지치셨는지 조용히 하시고 친구들 출입도 많이 줄어들고 마당보다 집에 들어가서 계셔서 이제야 말이 통하기 시작한 이웃 옆집...


정말 층간소음이 뭔데 내 인생을 이렇게 허비하게 만들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넘게 자격증 공부도 하던 내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그 공부도 포기하게 됐고

원대한 꿈을 향해 심장이 뛰던 내가 옆집 부부와 친구들이 옆 마당에서 새벽 6시부터 큰소리로 인사하며 노는 소리에 심장이 부글부글 끓었고 

매의 눈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싶었는데 옆집 아줌마 아저씨를 어느새 째려보느라 정신이 팔리게 됐다.


허탈했다. 거룩하고 멋진 사람이고 싶었는데...


그와중에도 하나님을 매일 찾았고, 매일 예배와 찬양, 말씀도 봤다.


그러나 소음 하나에 무슨 병 걸린 사람 마냥 부들부들 심장이 떨리고 '더이상 내 귀에 상처 하나 내지마!' 라는 마음이 강해졌다.


집이라는 곳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길 간절히 원했다.


이제 가을이 되면 처음으로 내 이름이 적힌 아파트로 들어가게 된다.

과연 어떤 집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있는 이 시골마을 집도 당분간은 전세로 더 있을 생각이다.

남편과 나는 아파트에 더이상 미련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이번엔 복도식 집이 아니고 계단식 집이고 저번 아파트보다는 조금 더 튼튼하게 지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층간소음에 해피엔딩이 있을까?

이웃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좋게 끝나는 결말을 상상해봤다.


현실에서 가능할까?

좋은 이웃이 되고 또 만날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일이 아닐까?


모르겠다.

차라리 소설 속에서 살고 싶어지는 한여름밤이다.




♡마태복음 28장 19, 20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아멘!




 

 



이전 17화 그땐 그랬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