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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Jun 21. 2022

선생님도 꿈이 있어요?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용기

아이들과 '직업'을 주제로 놀이한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직업을 소개하고 탐구하기 전,

각자 어른이 되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물어보았더니,

"경찰, 소방관, 선생님, 의사, 유튜버" 정도의 대답이 나왔다.




난 이 아이들의 직업에 대한 틀을 깨 주고 싶었다.


이제 고작 일곱 살인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새로운 직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없어지는 직업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고,

여러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직업의 교체 주기가 짧아질 테고.

각 직업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은 점점 사라질 테고,


그리고 언제든 직업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알려 주고 싶었다.


한 달 여간, 직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를 했다.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직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서 사는 동안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어요."

"여자만 하는 직업, 남자만 하는 직업은 없어요."

"어른도 꿈이 있을 수 있단다."

"선생님도 오늘은 선생님이지만, 언젠가는 선생님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등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물론 다른 교사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교육관은, 인생관은 그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내 교육목표대로 잘 이끌었다! 싶기도 했고,

이미 다 자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나에게

'꿈'을 묻다니, 굉장히 설레는 질문이었다!!


"음, 선생님 꿈은 플로리스트 할머니가 되는 거야:)"

"하지만 할머니가 될 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으면,

아주머니 플로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너무 하고 싶은 게 여러 가지 생긴다면, 무엇이 될지는 선생님도 몰라! 그래서 정말 기대돼!"


그러자 아이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이며

"와 그럼 제가 제일 먼저 꽃 사러 갈게요!!!"

"저 나중에 결혼식 하면 부케 만들어 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은 용감하니까 엄청 엄청 여러 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응원 세례가 쏟아졌다.

역시 내 편은 너희들 뿐이구나:)


우리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

가뜩이나 청년들의 어려움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 사회에서,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없거나, 들어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낸다는, 세상에 없는 직업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고 싶었다.


비록 너무나 이상적인 생각일지라도,

용기를 꼭 주고 싶었다.


지금의 공립 유치원 교사가 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그 '용기'이고,

어릴 적 용기를 배우지 못한 나는,

지금 스스로 부딪히며 아프게 용기를 배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우리 반!
세상의 직업은 많고도 많단다
물론 너희가 만들어 낼 수도 있어:)
용기를 가진
도전하는 어른이 되길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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