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풍뎅이 시인 Oct 15. 2023

새로운 퇴사

그래도 회사 안에 사람 있어요

"어제 새벽 두 시에 잤습니다."

"헐. 왜?"

"종목분석하고 포트폴리오 짰습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3년 안에 나갑니다."

"......내가 너보다는 먼저 나가야 하는데."


 신입직원들의 퇴사는 연차가 오래된 직원들의 퇴사보다 항상 활발하긴 하지만 최근 2건의 퇴사는 달라진 사회를 몸소 느끼게 한다. 한 친구는 신생 스타트업에서 바닥부터 시작해 보겠다며 떠났고, 한 친구는 소규모지만 워라밸이 좋아 보이는 작은 회사로 이직했다. 신선하다! 신입사원들은 보통 더 큰 기업, 더 대우가 좋은 기업으로 이동하기 마련이었는데 더 이상 돈에 움직이지 않는 세대의 도래를 실감하게 한다. 안정성과 워라밸이 떨어지더라도 일에서의 성장을 개인의 성장으로 직결시킬 수 있는 '하고 싶은 일', 혹은 정반대로 일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당한 일'이 사람을 움직인다. 노잼인데 적당한 급여에 적당한 워라밸을 보장하는 어중간한 회사는 새로운 시대에 더욱 취약할 것이다.


 기성직원들의 퇴사도 예전 같지는 않다. 정년을 채우는 것이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했다면 이제는 꼭 경제적 자유까지가 아니더라도 적정 수준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적당한 일을 찾아 조기퇴직하는 건이 늘었다. 평소 사내에서도 투자의 귀재로 손꼽혔던 한 부장님은 정년을 10년가량 앞두고 조기 퇴직하셨다. 그리고 자매들과 작은 가게를 열어 소소하게 운영하신다고 한다. 그녀는 업무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항상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이제 잘 주무신다고. 50대의 독신남 부장님은 홀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더 이상의 수입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하신 건지 일시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퇴사하시기도 했다. 관성에 따라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종료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신규 공무원들의 의원면직은 최근 5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고 하고, 유튜브에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았다는 사람들의 성공담이 넘쳐난다. 코로나 시대의 투자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월급의 가치는 더욱 초라해졌다. 꿈, 혹은 더 나은 삶을 찾아 퇴사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니 퇴사하지 않는 삶은 어째 안주하는 삶, 끌려다니는 삶이 된 것만 같다. 정작 회사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데 어째 사회가 퇴사를 종용하는 것인지. 왜 그 하기도 싫은 일을 바보같이 붙잡고 있다가 병이나 생기냐고 다그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회사 속에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열심히 버티고 있다. 회사 안에 사람 여전히 많아요!






이전 01화 프롤로그 : 퇴사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