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드디어 퇴사통보

by Sean

1240일, 3년 하고도 4개월, 내 상사와 일한 시간.


아시아에서 왔다는 이유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리던 갑질, 은근히 느껴지는 차별과 하대. '캐나다'는 부자 나라이고 '아시아' 나라는 다 가난할 거라는 이상한 우월 의식, 아 이게 은근하게 느껴지는 캐나다의 인종+언어 차별이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사람. 필리핀 독일 혼혈인 그녀는 필요할 때만 아시아 사람이 되었고, 다른 사람이 물으면 '난 완전 유럽 쪽이지'를 외치던,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사람. 그런 그녀와 1240일을 일했다(배운 건 많음 여러모로).


이 사람을 상대하면서 끊임없이 들었던 의문,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캐나다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상사 갑질을 참아가며 일하는 건가?' '왜 이렇게 이상하고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챗지피티한테 물어본 결과 페르소나가 여러개인거 같다고.. 대화 통제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등등. 한국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척하다가 한류가 커지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 앞에선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척, 자긴 이 음식도 먹어보고 저 제품도 써봤다는 자랑. 그럼 그렇지, 내 앞에선 아시아 무시를 그렇게 하더니.


그런 그녀에게 퇴사를 알렸다, 그것도 전화로(현재 그녀는 중국에 있기 때문에).


퇴사한다고 하니 나를 향해 쏟아지던 찬사. 내가 얼마나 대단하고 능력 있는 사람인지, 내 일을 얼마나 잘했고 자기와 일했던 사람 중에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이라며 나 없이 이제 자기는 어떻게 하냐고 한다. 역시, 그 성격을 받아줄 사람이 없는데, 한국인들이 멘털이 세긴 센가 보다 싶었다. 계속 나와 연락을 하고 싶다고, 지금 회사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나와 인연을 유지하면서 자기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 일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한다. 사람 좋은 척은 혼자 다하네, 웃겨 정말.


캐나다에 온 지 1710일, 그녀와 함께한 시간 1240일, 캐나다에 온 이래로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이 70%나 된다. 내가 그녀를 떠나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녀에게 내 퇴사가 빅 엿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녀의 오른팔도, 그녀의 비서도 아니다. 끝맺음을 제대로 엿먹이고 싶었지만, 사람 사는 일 언제 어떻게 다시 마주할지 모르니, 그냥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 나 드디어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서 덜 스트레스받는 삶을 살아갈 걸 생각하니 이직한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마세요. 마음이 왜 이렇게 모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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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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