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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지은 May 01. 2024

뇌전증을 앓다  

왼손발이  준 선물



 엄마..

"지은아.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엄마 등뒤에 업혀서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보이는 곳에 다다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분명 아침에 눈을 떠서 학교로 등교를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수업은 했는지 도통 기억은 나지 않고 왜 엄마등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이  들면서 심장박동 소리와 이상한 떨림이 왔고 엄마의 다급함과 초조함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뭐지? 이 당황스럽고 무언가 머리가 맑지 않는 느낌은?


그 사건은 나의 초등학교 2학년 첫 뇌전증 증상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 한 번이 다행히 몇 년간 이여 지지는 않아 약을 먹을 생각도 조치도 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던 때는 중학교 입학 때의 일이었다. 중학교 입학을 위해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면접 보는 날 학교 안 교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나는 무척 떨렸었다. 그 떨림과  긴장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그 이후 나는 기억이 없다. 머리가 하얘졌고 내가 생각이 났던 건 집에 돌아와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아빠에게 들은 대답이었다.


지은아.. 너 쓰러졌었어..


 

중학교 입학은 취소되었었다. 내가 듣기로는 나의 발작이 심하고 충격이었는지 문제가 되어 교장선생님 면담이 있었고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그 사건으로 아버지께서는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시는 성격이신데 무척 억울하고 속상하셨는지  나를 장애인으로 등록을 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난 그날 이후 나라에서 인정하는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정확한 명칭은 뇌병변장애인이다.


 아휴. 정말 속상하다.

눈물이 똑 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나에게 강한 성격으로 기억되는 아버지가 나의 질병 때문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의 뇌전증 증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신경과 병원을 엄마가 알아보셨고 병원을 다녀 약을 먹기 시작했다. 약을 먹은 지 일 년이 되었어도 호전되지 않고 더 심해져 하루에 두 번 이상 쓰러지기 시작했고 눈을 뜨고 나면 병실에 입원해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낯설었던 뇌전증 증세와 나의 멍한 뇌의 상태는 이제 익숙해져 쓰러질 것 같으면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엄마.. 나 이상한 것 같아..


“지은아..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희미하게 들리며 흐릿해지는 기억이 난다.


" 어..  으악

   쾅-쾅-쾅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친 소리 같았다. 그 증상이 일어나고 나면 하루종일 머리가 깨질 듯 아팠으며 눈도 너무 아파서 누워있었다. 중학교 이후 점점 심해졌기에 나도 학교생활에 지장 있을까 걱정하며 불안 속에 지냈었다. 그나마 부모님께서  위안을 삼은 것은 위험한 공공장소가 아니고 안전한 곳에서  다치지 않고 쓰러졌다는 걸 감사하게 여겼었다. 아버지는 쓰러진 나를 안타까워하시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제 내 증상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시작하셨다.  반복되는 나의 증상은 나에게도 떨리고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호전되지 않은 상태 때문에 어머니께서  서울에 있는 병원을  알아보고 고등학교 때 그 병원으로 옮겼다. 거기로 엄마와 함께 첫 방문을 하였다. 검사를  진행했고 약을 처방해 주시면서 내가 지켜야 할 유의사항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 병원을 옮기고 나서 다행히 몇 년간은 심한 증세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늘 항상 내 몸 컨디션 상태를 신경 써야 했었다. 몸이 허약한 터라 정기적으로 한의원에 약을 지어먹으며 체력보충을 위해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챙겨 먹었었다. 그렇게 겨우 겨우  일 년 정도는 쓰러지지 않고 학교생활을 유지하였던 것 같다.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장애 때문에 몸이 불편했어도 이것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었다.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일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여고였는데 학교 교실 안에서 시끌벅적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웅성웅성하며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 야 재봐.


  어머. 어떻게.,


학생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무슨 일인지 보려고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한 학생이 발작을 일으키며 복도 안에서 쓰러져 있었는데 입안에서 거품이 나고 몸이 전체적으로 움직이며 요동을 치고 있었다. 그 상황이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내 옆 친구도 빤히 쳐다보며 다들 한 마디씩 하고 갔다. 그 친구는 그날 이어서 계속 하루에 발작하는 일이 있었고 그 친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속으로 나도 저랬었나? 하며 남일 같지 않게 그 친구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때 그 친구는 심한 전신발작이었다.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지?


얼른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서 엄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였다.


엄마. 나도 거품 나와?


 엄마와 이야기하며 나는 어떤 증상이 일어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더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뇌전증은 전신발작인지 대발작인지 부분발작인지에 따라 조금씩은 증상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심하든 심하지 않든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뇌가 손상이 되어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만 개 뇌세포가 죽는다는데.. 두려웠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생각하지 못한 나의 뇌전증 증상은 나를 발목 잡게 하는 나의 아픔이었고   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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