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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Oct 26. 2023

전례가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하는 곳에서 찍은 일출


이십 초반쯤에 나는 내가 돈이나 명성이나 지식으로 세상 최고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규했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분야를 많이 정복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돼 보자고, 전례가 없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었다.


책도 써보고 그림을 그려보고 고전 물리학을 공부해 보니까 느낀 점은 내가 아무리 여러 개의 분야에 도전해도 타이틀만 화려할 뿐이었고 나보다 더 좋은 책을 쓴 사람도,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사람도 많았으며, 물리를 더 빠삭하게 아는 사람이 많았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 책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고 고전물리학까지 공부한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분명히 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나랑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고 말하고 싶다. 성격이나 정신이나 육체나 성별이나 완전히 똑같을 순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분야를 따라서 걷더라도 그것은 우연히 갈 길이 겹쳤거나 나를 넘어서기 위해서 일뿐일 것이다. 나처럼 그것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은 전례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내가 도달한 것들을 모두 정복당하거나 훗날에 나를 넘어서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나는 '전례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기꺼이 '나를 따라잡거나 넘어서는 사람의 노력을 인정하는 사람'으로 진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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