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me, 하얀 책상, 책상 정리, 365일은 너무길다
8월 20일 <책상 정리 10분>
내 책상은 거실에 있다.
결혼 후에도 나만의 공간을 잃지 않을 거라는 다짐 아래, 하얗고 긴 책상을 방 한편에 놓고 뿌듯해했지만
정작 그 책상 앞에 앉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책상 앞에 앉으면 왜 이리 외로울까? 학창 시절, 긴 시간 동안 어떻게 공부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혼자 공부했던 그 시간이 사실은 너무 버거웠던 걸까. 당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일까? 나는 책상이 있는 방으로 잘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너무 외로워 책상을 거실로 옮겼다.
고요한 공간에서 집중과 몰입이 잘 될 것 같지만 나는 뻥 뚫린 공간인 거실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막장이라도 일일드라마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아야지 편안하다. 백색소음인 걸까.
아니면 나 혼자 책상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는 착각이 좋아서 일지도 모른다.
책상 위가 매일 깔끔하면 좋겠지만 실은 크고 작은 잡동사니가 스쳐 지나가고, 머무르고
붙박이로 붙어 있다.
정리를 해야 하는데.. 청소를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과 달리 내 몸은 침대에 누워 있으니
아예 chat gpt에게 집안일, 정리도 조금씩 하고 싶다는 마음을 알렸다.
그랬더니 오늘의 목표는 책상 정리 10분으로 정해줬다.
핸드폰 스톱워치를 누르고 정리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내 물건이 아닌 것부터 치웠다. 거실에 책상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나 이외의 가족 구성원의 물건들도 올라온다. 하지만 이건 내 책상이니까 내 물건만 남겨둔다.
한 달은 생략한 5년 일기장이 보인다.
올해 초부터 왼손필사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산 필사책도 보인다.
goal tracker 수첩도 그 사이를 비집고 보인다. '수영 가기'목표가 10번 남았다.
여름휴가 기간 동안 좀 읽어야지 했지만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한 올해 하반기 독서모임 책들도 보인다.
책상정리를 하다 보니, 난 게으르지만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참 무던히도 노력 중이구나 싶다.
그러나 1년 365일은 내 의지에 비해 너무 길다.
'1년 다짐'은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다.
그래서 365일을 반으로 쪼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6개월이 1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6개월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있고
연휴도 다 있고, 24 절기도 다 있고, 새해와 연말까지 다 들어가 있으면
내 의지가 조금 덜 꺾이지 않을까.
책상을 정리하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루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선명히 다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