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이 되고 싶어, 콧구멍 닫고 싶어, 배영 좋아
수영장을 가면 주로 자유형으로 25m를 왕복한다.
팔을 휘젓고, 발을 차고, 한쪽 방향으로 숨을 쉬며 물 안을 헤엄치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시원해진다. 물속에서 물길을 만들어 앞으로 쭉 뻗는 기분 때문에
꼭 스타트를 할 때 두 발로 힘껏 벽을 밀치고 출발한다.
하지만 자유형 못지않게 즐거움을 주는 건 배영이다.
물 위에 누워 둥둥 떠 있는 기분은 내 몸을 정말 가볍게 만든다.
하루 종일 땅에 발 붙이고 종종 거리며 사니라 힘들었던 내게 휴식 같은 순간을 준다.
그래서 그런가.
힐링과 회복에 관한 많은 표지의 그림을 보면 일단 주인공이 누워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바닥에 누운 것 못지않게 물 위에 눕는 것 역시 엄청 편안하다.
그러나 배영은 타이밍을 잘 잡아 실시해야 한다. 옆 레인 물보라가 넘어오면
누워 있는 상황에서 무방비 상태로 콧구멍 속에 물이 들어온다. 그때 느껴지는 뜨겁고 따가운
그 핫핫한 감각은 굉장히 괴롭다.
콧구멍에 물이 들어오는 위험을 감수하고 하루에 한 번 배영을 꼭 도전하는데
그만큼 물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순간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레인의 접영 물거품이 내 콧 속으로 들어오던 바로 그때
나는 수달이 떠올랐다.
수달에게는 콧구멍을 열고 닫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땅 위에서는 열려 있지만
물속으로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닫힌다고 한다.
얼마나 부러운 능력인가!
물속에 누워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며 상상했다.
'만약 나에게도 수달처럼 콧구멍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수영장의 파도와 물거품이 하나도 무섭지 않을 텐데.
괜히 닫히지 않는 콧구멍에 힘을 주며 조금이라도 콧구멍을 좁혔다 넓혔다 해본다.
물이 들어오기 직전, 스위치처럼 콧구멍을 닫을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었다면
이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눈도 감을 수 있고 입도 다물 수 있는데 콧구멍은 왜 닫히지 않는가!
콧 속 문을 닫을 수 있으면 더 오래, 더 자유롭게 배영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수달처럼 진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레인 끝 벽에 머리를 쿵 부딪칠 뻔했다.
나는 매일 배영을 하며 수달을 떠올린다. 떠올릴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