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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어도 수영장에 갑니다> 시원하게, 혼자서 운동하기

시원한 운동, 혼자 하는 운동, 수영이 좋은 이유

by 산책이

여러 해 동안 참 많은 운동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몇 달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작할 때는 호기롭게 나섰지만, 결국 귀찮아서, 재미없어서, 혹은 피로해서 발걸음을 끊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운동을 하다 보면 땀이 나고 몸이 달아오르는 그 순간을 힘들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바로 운동한 증거인데 말이다.


그런데 수영은 달랐다. 시원한 물속에 있으니 몸이 데워져도 괜찮았다. 열감이 몰려올 때면 잠시 레인 출발 지점에 멈춰 있다가, 다시 물속으로 몸을 던지면 또 한 번 시원함이 감싸왔다.


운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올 때 느껴지는 해방감 섞인 시원함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수영이 좋다.


무엇보다 수영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 좋다. 어린 시절 배워둔 덕에 강습을 받을 필요도 없어서, 수영장에서의 ‘사회생활’이라는 부담이 없었다.


누군가는 수영장에 텃세가 있다고도 했지만, 적어도 내가 다니는 곳에는 샤워 부스 자리싸움 같은 건 없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같은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얼굴이 있어도, 서로 아는 척을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로 남아 있는 것이 나에겐 안전했다.


물속에 들어서면 남들의 동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나의 팔과 다리, 그리고 전신을 감싸는 물의 감촉만이 또렷하다.


수영장에는 배경음악도 없다. 물속은 본디 고요하다. 가끔 골전도 이어폰을 쓰는 사람도 보았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외부의 소리는 모두 멀어진다.


그 고요함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수영하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도 좋았다.


레인도 여러 개라 내 실력에 맞는 곳을 골라 들어가면 된다. 마음이 내키면 다른 레인으로 옮겨 다닐 수도 있다.


짝을 맞춰야 하는 운동도 아니고, 혼자서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움직일 수 있다.


내향적인 나에게, 이렇게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한 채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수영만 한 게 없다.


나와 같은 이유로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다. 내향적인 수영러들 만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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