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줍어도 수영장에 갑니다> 수영장은 가까운게 최고다.

운동은 거리빨도 한 몫한다, 수줍은 수영러의 고백에세이, 생활체육센터만세

by 산책이

모름지기 수영장은 가까운 게 최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기 전, 누구나 그렇듯 나도 정말 많은 것을 고민했다.
무엇보다도,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도 걸어갈 수 있는 곳이 많아야 했다.

차 없이도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카페에서 가볍게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으며,
가끔은 외식도 할 수 있는 상권이 있다면 그곳이면 충분했다.
살기에도, 머무르기에도.


남편과 나는 “스세권이야! 됐다, 됐어.”
“도서관이 있었네. 작아도 알차지!”
“이 정도면 상권도 충분히 자주 이용할 수 있겠어.” 하며,
이곳저곳 좌표를 찍고는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래, 여기가 우리가 살 곳이야.”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환호했다.

“세상에! 여기 체육센터 들어온대!”


하지만 그때의 환호가 무색하게,

나는 무려 4년이 지나서야 체육센터에 입성했다.


안타깝게도 그 체육센터는 걸어서 약 30분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서 4년이나 걸린 걸까.

그래도 동네에 지역 운영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영의 진입장벽은 확실히 낮아졌다.

차를 타면, 주차까지 포함해 7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면 20분 안에 샤워까지 마치고 물에 입수할 수 있었다.

운동이라면 늘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미했던 나에게,
수영장의 위치는 그야말로 땡큐베리마치 그 자체였다.

비록 수줍었지만 수영복을 입고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가까운 수영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앱이 있다.

바로 수영하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 앱, ‘스마일 패스’.

앱에서 ‘내 수영장 등록/관리’ 아이콘을 누르자,
내가 살고 있는 주변 수영장 목록이 촤르르 뜨는 것 아닌가!

생각보다 동네에 수영장은 많았다.


단지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관심이 없으니 주변에 수영장이 있는지도 몰랐고,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막상 찾아보니, 한국에도 생활체육 시설은 꽤 많았다.

나는 그저 그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을 뿐.


체육센터 주차장은 아침에 가도, 저녁에 가도

언제나 꽉 차 있다. 물론 수영말고도 여러 운동을 하러 오신 분들도 많겠지만

이렇게 많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꽉 찬 주차장을 보고 느낀다.


그리고 주차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물론 나는 50m를 돌고래처럼 돌 수 있는 멋진 수영인은 아니지만

초보 수영자로서 마음가짐 만큼은 뿌듯하다.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할려면 일단 가까워야 한다.

마음만큼은 운동러지만 의지가 나약하기 때문에 운동가는 습관을 기를려면 일단 가까워야 한다.

오늘도 내가 다니는 체육센터 수영장에 입성했다는 출석 인증을 하기 위해

앱을 켜고 일단 들어간다.



그런데 어제는 깜빡하고 앱을 켜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출석 체크도 놓치고 말았다.

이 앱은 GPS로 내가 수영장에 있어야만 출석 인증이 되는 시스템이라,
앱을 켜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순간 너무 아쉬워서 이마를 탁 쳤다.


수영장이 가까워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놓치는 게 참 많다.

그래서 오늘은 잊지 않으려 한다.
앱을 켜고,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가야지.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수줍어도 수영장에 갑니다> 수영을 시작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