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고양이 (20편)

50년 만에 화가의 꿈을 이룬 나의 미술, 음악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

by 김경미

기타야 반갑다, 우리 평생 친구 하자 야~!!


나의 공직생활 34년 중 전반 27년가량은 내 삶 가운데 문화의 암흑기였다. 어려서 그토록 좋아했던 음악과 미술은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간간히 아이들이 태어나면 일기장에 아이들 얼굴을 끄적거리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붙여 보는 정도였다. 고된 직장생활을 끝내고 귀가하면 언제나 세 아이들의 육아, 그리고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집에서 혼자 기타 줄을 튕겨 볼 때면 언젠가 반드시 정식으로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에 있었다. 놀랍게도 어느 날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내 나이 쉰셋에 드디어 그토록 염원했던 그날이 와 준 것이다.


2012년 중앙공무원교육원 (현 한국인재개발원)으로 1년 가까운 장기교육 파견 명령이 났다. 교육과정 중에는 특별활동으로 기타반이 개설되어 있었다. 항상 마음속에서만 꿈꾸었던 기회가 드디어 현실로 찾아왔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열세 살 때부터 음악에 심취되어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키웠던 꿈이 실로 40년 만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래,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니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설레던 첫 기타 반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이론 교육을 위해 음악노트 한 권씩을 나누어 주셨는데 나는 감격에 겨워 노트 첫 장에 메모했다.


“이게 몇 번 째인가. 이번에는 반드시 정복하고 말 거야. 기타야, 반갑다. 이제 우리 평생 친구 하자 야~!!”



그 뒤 1년에 가까운 교육기간은 실로 기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시간들이었다. 선생님이 하나를 가르치면 열 이상을 혼자 악보를 찾아내 연습했다. 손가락이 끊임없이 벗겨져 피가 났다 아물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딱딱한 굳은살이 맺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당초 C 코드조차 잊고 있던 나였는데 배워본 적도 없던 아르페지오 주법이 저절로 쳐졌다. 아마도 어려서 오빠의 기타를 가지고 놀았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해 여름은 유별나게 더웠는데 기타와 씨름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기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주제넘게 Dust in the wind를 연주한다고 Three Finger (오른손 손가락 세 개를 이용하여 음들을 하나하나 탄현 하는 주법) 연습에 날 새는 줄 모를 정도였다.


기타를 가르쳤던 강사는 80년대 “유리창엔 비”라는 노래로 유명한 ‘햇빛촌’이라는 혼성 듀엣의 백송묵 선생님이셨다. 그분은 거의 모든 노래에 화음을 넣어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당시 내가 느끼기에 환상적인 음감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말하자면 단순 기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내게 안성맞춤인 수업이었다. 서로 화음이 이루어지는 중창의 즐거움,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행복감을 처음 알게 된 시간이었다.


동료 교육생과 듀엣을 만들어 틈만 나면 연습을 하여 각종 교육원 행사 시마다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곤 하였다. 정말 눈 깜짝할 새 1년의 세월이 지나 버렸다.


쉰 중반에 온종일 기타와 노래에 빠져 살았던 그 시절은 아직도 내 인생 가운데 손꼽을 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 기타와 노래는 내 삶에 있어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고야 말았다.




< 자 화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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