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고민하는 당신에게

by 지효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지효네입니다.

저는 이제 막 브런치의 연재를 시작한 초초보 작가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또 어색하지만 저의 첫 이야기는 다시는 없을 생애 가장 큰 사건인 집 짓기의 여정을 회고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이 어색한 고백에 가까운 글들이 과연 읽히기나 할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고 자꾸만 위축이 되어 괜히 시작한 건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주택살이의 마지막 연재편인 <부록>을 쓰고 있는 지금이 사실은 제일 막막합니다.

왜 제가 부록까지 욕심을 내었을까요?


제목을 ‘고민하는 당신에게’라고 대차게 적어놓고는 아무것도 써 내려갈 수가 없어서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가 감히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그저 제 이야기를 잠시 하는 것으로 이 부록편의 편지를 대신할까 합니다.


MBTI를 따로 측정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배경에 미루어 보건대 저는 소위 말하는 파워 J 형에 속하는 타입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예측된 일을 좋아하기에 늘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른 일정을 이어가야만 만족하는 다소 피곤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변수가 많아도 너무나 많고 하고 나면 10년을 늙는다는 집 짓기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그 소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자유로운 영혼의 자폐성 딸아이의 행동은 아파트라는 공통주택에서 늘 오늘의 뉴스가 되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많은 이웃분들이 불평을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니 되려 괜찮냐 물으시며 저와 딸의 안위와 안부를 걱정해 주시곤 했습니다.

오랜 돌봄에 지쳤던 것인지 아니면 삶의 기본이 울기로 타고난 것인지 모르지만 저는 그 친절을 가장한 위로와 공감의 참견이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서른 살 중반의 어린 제가 참 못났다 싶습니다.


“지효 엄마, 어디 한의원에 가서 약 먹고 좋아졌다고 하더라. 거기 가 보자”

“오늘은 우는 소리가 안 나서 다행이다 했어”

“아니 맨날 그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 혼자서 못할 일이야.”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답변 뒤에 숨은 제 진심은 ’그냥 저희를 좀 그냥 내버려 두시면 안 될까요 ‘ 였습니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안고 살고 날로 심해지는 딸의 돌발행동을 참는 것이야 제 몫으로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걱정 어린 참견까지 대꾸하면서 살아낼 자신은 없기에 저는 과감히 사회적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했지만, 이 편안하고 안락하고 깨끗한 생활이 보장되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떠나는 용기 또한 내지 못하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시간들로 저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이 양립할 수 없는 조건에서 제가 선택한 것은 ‘포기’였습니다. 그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고작 포기라니 너무 우습지요. 여전히 생각해도 참 나답지 않았다는 결론이지만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릴 수 있을 만큼 여력도 없었고 그리고 사실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도 없었던 것이 실은 솔직한 제 모습이었던 듯합니다.


2017년 집 짓기를 시작하면서 시작한 포기의 과정은 생각보다 꽤나 신선했습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오늘만 살아내는 삶을 처음으로 경험해 본 마흔두 살 아줌마의 두려움과 불안은 차차 즐거움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효와 하교 후 무작정 자전거를 타러 저 멀리 나가기도 해 보고, 성당으로 드라이브도 다녀오고 근처에 있는 스키장에 곤돌라를 타러 놀러 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희 집은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건축주가 이렇게 싸돌아 다녀도 되는 것이냐며 걱정들이 많았지만, 집은 제가 짓는 것이 아니니 전문가의 판단과 감각을 믿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해 겨울 입주를 하고 마지막 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에 담긴 제 진심은 딱 한 줄이었습니다.


“2017년 올해 꽉 차게 행복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 잘 가렴”


생애 첫 포기의 경험은 제 삶을 어제보다 조금 더 순조롭게 그리고 저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커다란 용기이자 배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주택살이에서의 삶에서도 희로애락은 물론 분노와 절망이 함께 했지만 저는 그것조차 모두 제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시나브로 깨달으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포기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때로는 손에 잡고 있는 것을 놓을 때, 그리고 내 삶에서 힘을 빼고 나 자신에 집중할 때 운명이 당신에게 선물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지금 고민하는 당신에게,

파도의 높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어차피 머물지 아니할 것이라고 그러니 그 파도에 한번 몸을 맡겨보라고 감히 속삭여 봅니다.



*부족한 연재 “어쩌다 주택살이‘를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당신의 오늘을 응원하겠습니다. -지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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