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리스본에서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방문할 수 있는 바닷가 마을에 가자고 내가 제안을 했다. 카스카이스라는 작은 마을인대 바닷가와 인접해 있어서 휴양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찰스는 포르투에서 형님과 방문한 해변에 실망해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나의 강력한 요청에 승낙하고 말았다.
영국에서 모래로 된 해변이 있는 바닷가를 가보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꼭 이번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다. 런던에서 그나마 내가 자주 방문했던 바닷가 마을은 브라이튼이라는 곳인데 그곳 바다의 해변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카스카이스에 도착했다. 역을 나오자마자 마을의 분위기부터 마음에 들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 바닥도 타일 조각들로 꾸며져 있었다. 곧장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로 가길은 여러 상점과 건물들을 보느라 심심하지 않았다.
해변에 도착하자 백인들이 우리를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주시하면서 우리가 움직이는 곳마다 눈을 때지 못했다. 그 시선이 불편했지만 동양인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동양인인 우리가 방문한 것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찰스는 출발 때와는 다르게 이곳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이곳이 누드 비치라는 것에 말이다. 해변에서 자리를 깔고 즐기기 전 까지는 이곳이 그런 곳인지 몰랐다. 하지만 우리는 내색하지 않고 이곳을 즐겼다. 혹시 몰라 숙소에서 챙겨 온 큰 타월을 해변에 깔고, 근처 펍에서 생맥주를 사 와서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차가운 생맥주를 즐겼다.
햇볕에 달궈진 몸에 덥다고 느끼면 바로 앞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면 금세 몸이 식고 기분이 좋아졌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이곳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여행한 곳들 중 지금까지도 최고의 여행지로 남아있다. 누군가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면 이곳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찰스가 만족해서 나도 기뻤다.
저녁으로 포르투갈 전통(?) 요리인 소시지 같은 것을 먹었다. 웨이터가 테일블로 직접 와 구워 주었다. 포르투갈 음식은 먹는 것마다 맛있었다.
날이 저물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거리의 사람들은 선선해진 밤공기를 마시며 노상을 펼쳐놓은 상점에 않아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리스본의 로컬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졌다. 한 바에 들어갔고 메뉴판을 확인했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주류나 칵테일보다는 신체 접촉의 수의 옵션마다 가격이 매겨져 이있었다. 술집 종업원의 서비스(?)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여야 하는 바였다.
밖으로 나와서 리스본사람들의 음주를 즐기는 모습을 구경했다. 높지 않고 낡은 건물의 포르투갈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기 묻어났다. 처음 느껴보는 로컬 분위기는 기분 좋게 했다. 한 쇼트커트의 여성이 그해에 발매한 톰포드의 농구져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이 옷은 전체가 스팽글로 장식되어 있어서 반짝반짝 빛났다. 리스본의 빈티지스러운 풍경과 최신 패션 아이템을 입은 그녀는 대비되어 독특한 조화가 예뻐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리스본의 마지막날 형님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순례길의 시작점으로 떠나야 했다. 리스본에서 우리와 헤어져야 했다. 리스본의 광장에서 형님과 해어지고 찰스와 나는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해 여름방학의 끝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