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늘 말이 없고 인상을 쓰고 있는 아빠가 사실 무서웠어요. 술을 드신 날에야 제게 말을 건네셨잖아요. 그래도 아빠, 저는 아빠 맘을 알고 있었어요. 말로 표현해야 아는 사랑도 있지만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사랑이 있더라고요.
매일 밤 미소와 제가 자는 방에 오셨잖아요. 와서 이불을 덮어주시곤 가만히 쳐다보다 가시는 걸 두 눈 꼭 감고 지켜봤어요. 분명 눈을 감았는데 아빠 눈물이 보였던 건 왜일까요.
아빠, 늘 못해준다며 미안해하는 거. 저는 그게 너무 마음 아파요. 항상 기죽지 말라고 하셨죠. 우리가 없이 살아도 기 살려주려 애쓰신 거 알아요. 저는 비싼 돈 주고 걸스카우트도 했는걸요. 지금은 알아요. 우리 형편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는 거. 그런데도 다해주셨잖아요.
그뿐인가요. 학원도 다녔어요. 예쁜 옷도 입혀주시고요. 밥은 얼마나 또 잘 먹었다고요. 그런 아빠가 자꾸만 아빠가 잘못 살아서, 고생시켜 미안하단 말을 하셔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저 결혼하던 날, 너무 밝게 웃으며 결혼해 내심 속상하셨죠. 어린 나이였어요. 27살에 결혼한 제가 집이 싫어서 아빠가 싫어서 결혼한 건 아닐까 서운하셨다면서요. 아니에요 아빠. 절대 아니에요.
그거 아세요? 결혼식 하고 그날 밤 아빠가 보고 싶어서 엉엉 울었어요. 이상하게 엄마 보다 아빠가 더 보고 싶은 거예요. 엄마랑은 놀러도 많이 갔는데, 아빠랑은 추억이 없어서요. 우리가 마주 앉아 대화한 게 도무지 기억이 안 나서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엉엉 울었어요.
아빠, 매일 밤 저를 마중 나오시던 고3, 그때가 그리워요. 나를 기다리던 아빠, 지금도 제 전화 기다리고 계시죠. 그땐 표현 못 했지만 이젠 마음껏 아빠에게 말할래요. 사랑해요. 아빠는 제게 정말 잘해주셨어요. 다 알아요. 다 느껴요. 그러니 그만 미안해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