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맞이하는 자세 - 교사 버전

나는 개학을 기다리고 즐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학생이었던 시절에도 나는 개학을 고대했던 것 같다.

긴 방학이 심심했고 그 방학 기간 동안

동생을 돌봐야했던 장녀의 삶이 결코 쉽지 않았고 육아에 지친 엄마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듣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성실하고 공부에 열의가 있던 나는 -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교사를 한다. -

방학 숙제도 미리 미리 해두었고

다음 학기 계획도 세워놓았으며

일기도 꼬박꼬박 써서 개학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나랑 조금은 달랐던 셋째 동생은 개학을 앞두고는

꼭 몸이 아팠다.

일기는 거의 쓰지 않아서 개학 하루 전날

내 일기장을 보고 베끼거나

여지없이 나에게 대필 역할이 들어왔고

개학 날 아침에는 동생을 깨우느라 진이 빠졌던 기억이 있다.

소풍 전날처럼 들떠있던 나의 개학일 아침.


교사가 되어서도 나는 개학을 기다렸다.

아들 녀석이 어렸던 – 그래서 학교가지말라고 울어대고 아팠던 그 몇 년을 제외하고는 -

방학 동안의 휴식이 너무도 좋고 소중했으나

개학이 될 때쯤은 몸이 근질근질하고 수업이 고프며 나의 학생들이 보고 싶었다.

개학 날 일찍 출근해서 내 자리를 정리하고

수업 계획을 짜고 학생들의 별일 없었던 표정과

많이 자란 키를 보면서 흐뭇했던 것 같다.


공식적으로 교사 마지막 해인 올 해 개학일을 앞두고 나는 평소처럼 학교에 가져갈 짐을 정리하고

첫 수업 시간의 계획을 세우고

목욕을 하고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들을 준비하였으나 올해는 조금 다르게

내일이 오는 것이 마냥 기다려지는 것만은 아닌

오묘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슬프고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그리고는 나의 지인 들 중 나의 퇴직을 모르고 있을 사람들에게 톡을 보냈다.


<나의 마지막 교사로서의 한 해입니다.

무엇인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불러주세요. >

나는 마지막 해에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

은퇴 전 해는 쉬면서 대강 하는 거라는 그런 생각을 바꾸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이것이 개학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나

모든 교사나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는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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