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엄마 아빠를 도발하기 위해서 첫째는 잔소리의 끝에 쓸모없다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동생과 싸우다 보면 첫째이니 네가 양보하라며 혼내는 엄마의 말에 받은 상처와 짜증을 그렇게 풀어내며 엄마 아빠의 마음을 긁어대려고 하는 소리였다. 한두 번 했을 때도 분명 경고를 했지만 어제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물어볼게~ 네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굳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물었지만 그래도 대답은 예상과 달리 “응”이라는 외마디였다. 그렇게 10시가 넘은 시간에 잠자리에 누워 동생과 장난으로 시작했던 게 동생은 눈물로 첫째는 짜증으로 치달았고 나는 화가 나서 결국 첫째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우리 집에는 쓸모없는 사람은 안 살아~ 나가~!”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왜 화가 심하게 난 것일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라고 생각을 헀다. 와이프는 자존감이 넘치다 못해 자기중심적일 때도 있다. 그에 반해 나는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은 높다고 생각한다. 그 자존감이 남들에게 잘난척하고 과시하는 성향이 아닌 삶의 중심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철학과 방향을 중요시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런 자세는 아이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 건지 반항을 하기 위해 시도한 공격이 제대로 먹혔다. 이십여 분이 지나고 집 밖으로 아이를 찾으러 갔다.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고 잠옷을 입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에 태워 지하철역으로 갔다.
11시가 다 되어가고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과 집으로 가기 위해 막차 부근의 열차를 타고 와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그런 와중에 역사 한구석에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박스를 깔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역에서 사는 노숙자였다. 그분들은 내가 새벽 5시 10분쯤 지하철역을 가로질러 회사 출근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보이던 분들이다. “저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딱하고 지저분한 지하철 바닥에서 몸을 뉘고 자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여?“ 딸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집에 가자고 내 손을 잡아당겼다. 노숙을 하고 있던 그 사람들이 쓸모없는 사람들일까? 저들도 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있는 거였다. 우리는 심지어 더 나은 환겨에서 더 행복하고 풍족하고 지내고 있음에도 쓸모없음으로 스스로를 비관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그런 걸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말로는 잘 나오지 않았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씩 사먹었다. ”엄마도 아빠도 너를 사랑해~ 그리고 넌 잘하고 있어. 아빠는 어렸을때 할머니한테 더 말안듯고 더 못되게 굴었어~ 고마워. 그리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주렴. 세상이 싫고 미워해도 너를 사랑하고 믿어줄 사람은 엄마아빠가 있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가장 너를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너 자신이야!“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화를 냈던게 미안했다. 쓸모있는 부모가 되려면 공부를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