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쉬고 생각하고
지하철 6호선 고대역에서 내려 홍릉 수림원으로. 때마침 올해가 UN이 정한 ‘세계 숲의 해’라고. 토․일요일만 문을 열기 때문인지 찾아온 사람이 많았다. 명성황후의 묘가 금곡으로 옮겨가, 홍릉이란 이름만 남은 것이다. 임업과 임학을 시험․연구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서 100hɑ 가까운 넓이에, 2000여 종 식물 29만 여 개체가 있다니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걸 복불복이라 하지, 현장학습 온 대학생들 틈에 끼게 되어, 산책 아닌 견학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도착 즉시 10시 30분부터 산림과학원 직원의 해설을 듣게 되어 요행이었지. 입구에 있는 무궁화는 보기에 따라 여러가지 색깔로 나타나 ‘무지개’란 이름이 있다고. 먼저 28과 70종이 있다는 침엽수원으로 들어갔다.
조경수인 향나무의 심지를 잘라 물에 넣으면 향이 나고, 분향할 때는 그 심지를 쓴다고 한다. 피톤치드가 많이 나는 나무 중 하나다. 한약재인 오수유에서 ‘오’ 를 빼면 수유인데, 수유나무를 쉬나무라고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나며, 지린내도 난다고. 장마가 걷히자 꽃이 피는데 벌이 모여들어 꿀을 따는 밀원식물이라 한다. 기름을 짜서 등잔불을 켰으며, 디젤엔진 대용으로 쓰는 연구를 하고 있단다. 측백나무와 비슷한 화백나무는 잎 뒷면이 W자 모양의 숨구멍 줄이 있으며, 열매는 메달린 술잔 모양이라고 한다. 향기가 좋고 특히 일산화탄소에 대한 저항성이 가장 강하고, 피톤치드가 많이 나와 공기정화에 최고라고.
다음은 40과 195종이 있는 활엽수원으로. 백목련의 붓 모양 봉오리가 북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임금님을 그리워하는 충절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실은 남쪽의 생장점이 따뜻해지면 붓끝은 북쪽을 향하게 되어 있다고. 흔히 절에서 보는 문양은 연꽃이 아닌 목련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혈압을 낮추고 비염이나 두통에 좋다고 한다. 생강나무 잎은 山과 ♡의 두 모양이며, 생강 냄새가 난다고. 봄이 되면 먼저 꿀을 따며, 새 혀같은 새싹 잎을 말려 차를 만든다는 것. 모감주나무의 군락지는 완도․거제도․안면도인데, 자생지는 희귀종으로 천연기념물이라고. 노란꽃이 지면 세모꼴 초롱 열매가 열리는데, 집안에 심으면 병이 없다고 하며, 꽈리 모양의 검정 열매는 절에서 염주를 만든다는 것. 문배나무는 산들배나무의 변종인데, 이곳에서 5번째 아끼는 나무라고.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가 처음 발견했는데, 문배주 향이 난다 해서 이창복 교수가 문배나무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탁구 공만한 열매는 약용이라고.
괴불나무는 제주도에서 고환을 괴불이라 하는데, 고환 모양의 열매가 달리며, 제비들나비의 애벌레가 기생하고, 어린 잎은 차로 쓴다는 것. 난대지방 식물인데 중부지방에서의 적응력을 실험 중에 있다고. 황칠나무는 상록활엽교목인데, 나무껍데기에서 고급 도료인 황칠을 얻으며, 일본 왕의 가마와 가죽․부채에도 칠하면 고급품이 된단다. 해남에서 군락지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성탄카드에 나오는 호랑이가시나무는 범 발톱모양의 가시가 있는데, 예수님께서 골고다의 십자가에서 쓴 가시면류관의 나무였다는 설이 있다고. 이 가시 면류관을 쓴 모습이 너무 애처러워, 가시 하나를 빼었는데, 그게 배를 찔러 피가 났다는 전설이 있다는 것. 사람주나무의 朱는 가을 잎이 사람의 홍조를 띈 얼굴 같다 해서 붙인 이름이고, 나무가 여인 피부같이 곱고 매끈했다. 흙에서 나무가 다발로 나있는 게 특이하고, 열매에서 머릿기름과 등잔 기름을 짠다는 것. 오갈피나무는 잎이 5 장씩 나는데, 술을 빚거나 봄에 연한 순은 반찬으로 먹으며, 산삼이란 이름으로 약재로도 쓴다는 것.
두충나무는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세계적으로 1과 1속 1종 밖에 없는 희귀종이라 한다. 암․수 딴 그루이고, 인삼보다 더 좋아 신선이 먹었다는 약초이다. 잎이나 수피를 찢어 그물 모양의 끈끈이 액을 실제로 보여 주었다. 조경수인 회화나무는 콩과 식물로서 땅을 기름지게 하는데, 양반들은 이사하면 가문이 번성하고 큰 인물이 난다 하여 반드시 심었다고 한다. 그 향은 머리를 맑게 하고 꽃차를 마시면 눈이 맑아진다고. 꽃을 찧어서 얻은 물감으로는 부적을 그렸다는 것. 신나무는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인데, 마치 쪼글쪼글 가늘고 긴 연 꼬리처럼 날리며, 꽃이 많이 피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잎상사나무는 좀 노랗고 넓은 잎이 나며, 밤나무 꽃이 정액 냄새가 나듯이, 이 나무는 여자 난자 냄새가 나서, 이 나무 밑에서 남자에게 청혼하면 성공한다고.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민 갈 때 탔던 배를 이 꽃 이름을 따서 ‘메이 플라워’라 했다고 한다. 잎과 꽃이 서로 등져 볼 수 없으므로 상사화(相思花)라고도 하며 약용식물이란다.
또한 꽃무릅도 상사화라고 하는데, 꽃이 져야 잎이 나서 서로 못 만나므로 그렇게 불리우며, 어느 절의 스님이 짝사랑하다가 죽은 후 그 무덤에서 이 꽃이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다고. 뿌리의 즙이 오래 가므로 절 탱화의 염료로 쓰인다는 것. 그 밖에 메타쉐콰이어와 낙우송, 칠엽수와 마로니에의 구별 등 2 시간 가까이 흥미진진한 설명을 들었다.
17과 37종이 있는 초본식물원과 55과 248종이 있는 관목원은 나 혼자서 돌아보았다. 산림과학관(박물관)에 들러 산림과 인간, 산림과 산업, 목재와 생활 등 학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폭 넓게 얻었다. 숲이 창출하는 가치가 연간 73조원이라는 결론을 얻으면서 3시간 동안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