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2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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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

by 최연수 Jan 09. 2025

흔들 흔들 

흔들거리는 다리.

후들 후들

후들거리는 다리.

     

넘어질세라 손 잡아주며

핑계삼아 붙들어주며.   

  

발 아래 바다에선

파도가 출렁대고,

구름 위에선 

다리가 출렁대고. 

    

함께 노래하면 

신명나는 춤사위.

토라져 혼자면 

비틀거리는 다리.




 이튿날은 주일(主日). 새벽기도회․가정예배 그리고 주일 예배...억지 춘향격으로 계속 예배를 드리다 보니 머리가 멍멍 해졌다. 과연 장로님 댁이었다. 예배 시간에는 옆에 앉은 아가씨가 오히려 졸았다. 

 “쿵덩 쿵!” 

고개를 떨굴 때마다

 “보리 닷 되는 찧었겠수다!” 

하고 골려 주었다. 안 잤노라고 시치미를 떼었으나, 그럼 기도를 했나? 

주례(主禮) 목사님으로부터, 예식 절차(節次)와 주의 사항을 들었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택시를 불러 송도로 달렸다. 하늘은 부옇게 흐렸으나 먼 수편선(水平線)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바닷바람이 세었으나 물결은 높지 않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갔다. 난생 처음 건너보는 구름다리. 발 아래 출렁거리는 파도처럼, 다리도 함께 출렁거렸다. 술에 취한 것 마냥 후들거리는 다리로, 취객(醉客)처럼 우리도 비틀거렸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함께 넘어질 것 같았다. 드디어 나는 그의 허리를 붙들었다. 연인(戀人)들이나 약혼자 혹은 신혼(新婚) 부부를 위해서 설계(設計)한 다리가 틀림없었다. 튼튼한 교각(橋脚)을 세우지 않고, 위태 위태(危殆)하게 일부러 흔들거리고 비틀거리도록 해놓은 것은 의미(意味)가 있었다. 

 연애나 약혼 시절에는 무지개다리 같이 화려하기만 했으나, 결혼(結婚)은 구름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상징(象徵)하는 것이 아닌가? 핑계 삼아 함께 노래를 합창하며 신명나게 춤을 출 수도 있지만, 서로 붙들어주고 껴안아주지 않으면,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는 것이 결혼생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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