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2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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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서

by 최연수 Jan 09. 2025

걸터앉은 바위엔

굴 껍데기가 다닥다닥했는데,

당신에겐 따가비 하나 안 붙었소. 

    

하늘 바다는 맞닿아

하나였는데,

우린 마주 보기보다

가없는 바다를 바라보았소.  

   

소꿉장난 같이 만났지만

하나님이 지어준 짝이기에,

바닷물 가를 수 있으랴고

두 손을 모았소.  

   

갯바람에 실려 온 미역 내음이

꽃향기보다 은은한데,

별로 할 말이 없어 

이 냄새처럼 살자고 했소.

                                   

* ‘그림자의 발자국(1)’에 게재.




 조용한 바위 위에다 자리를 잡았다. 파도(波濤)는 왜 시샘하는지, 몰려 와서 바위에 온 몸을 부딪치며 부서졌다. 바위에는 따개비․삿갓따개비와 굴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며, 갯강구가 잽싸게 오락가락했다. 할아버지로부터 3대째 기독(基督) 가정이요, 지금까지 이성(異性) 교제가 없었다니, 얼굴에 잡티가 없는 것 같이, 그 마음과 심령(心靈)에도 따개비와 굴 껍데기가 붙어 있지 않으리라 믿음직스러웠다. 

 해초(海草) 냄새가 풍겼다. 비린내 때문에 싫어한 사람도 있지만, 어렸을 적에 포구(浦口)에서 자랐던 탓일까? 김․파래․미역․다시마․메생이․감태...바닷말은 무엇이건 좋아했으며, 그런 냄새 역시 좋아했다.  

 “우리 결혼은 장미 같은 짙은 향기가 아니라, 해초 같은 은근하고 소박한 냄새일거요.”

 “..........”

 부산에 살면서도 바다는 생소(生疎)한 것 같았다. 평양 출신으로 월남(越南)해서 서울에서 살다가, 6.25동란 때 부산으로 피란(避亂) 와서 정착(定着)했다니까 그럴법한 일이다. 내 말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 했으리라. 아무튼 나의 성격(性格)이나 인생관(人生觀)을 한 마디로 축약(縮約)하면 ‘해초 냄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아가씨는 내 몸에 기대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소설이 아니구나! 쥐 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더니, 이게 낭만(浪漫)인가? 눈치 빠른 사진사(寫眞師)들이 기념(記念) 사진을 찍으라 했으나, 손사래 했다. 성급하게 촬영(撮影)하는 건 장미 냄새지, 해초 냄새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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