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의 탄생화
나는 수억 년 전, 고생대의 숲 속에서 처음 눈을 떴습니다.
아직 꽃나무도, 새소리도 없던 그 시절.
짙은 안개와 원시의 비가 내리던 땅 위에서
나는 포자를 흩날리며 조용히 자라났습니다.
그렇게 수억 년 동안 나는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봄마다 어린잎을 말아 올리며 숲 속 그늘을 메우고,
가을이면 다시 포자를 퍼뜨려 새로운 생명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변하지 않는 식물, 원시의 기억”이라 부릅니다.
동쪽 나라의 사람들은 내가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먼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한여름 밤, 오직 한순간,
내가 눈부신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꽃을 본 사람은 보물과 행운을 얻는다지요.
나는 꽃이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신비와 희망의 상징으로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이런 꽃말을 붙였습니다.
“정직, 성실, 순결한 마음”.
빛나는 꽃 대신 푸른 잎을 지녔지만,
숲의 그늘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내 모습이
겸손한 삶을 닮았다고 느낀 까닭이겠지요.
사람들은 종종 나를 고사리와 헷갈립니다.
우리는 모두 양치식물이기에
멀리서 보면 꼭 닮아 있지요.
하지만 고사리(Pteridium aquilinum)는
줄기가 굵고 향이 강하며
잎자루가 삼각형처럼 뻗어 있습니다.
반면 나는,
줄기가 가늘고 잎결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쉽게 풀어지는 맛을 냅니다.
그래서 제사상에도, 밥상에도
나는 늘 담백하고 부드러운 ‘별미’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나는 고생대 숲에서 시작해
오늘날 사람들의 식탁과 이야기 속에 살아 있습니다.
나를 뜯어 나물로 무쳐 먹고,
겨울을 나기 위해 말려 두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내 안에서 자연의 힘과 순환을 느꼈습니다.
나는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그 대신 영원히 잎을 피우며
숲의 푸른 그늘을 지켜갑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힘들고 지쳐 쉬고 싶을 때
숲 속에서 내 곁을 찾아와 보세요.
고생대부터 이어져 온 나의 숨결이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위로할 것입니다.
✦ 8월 27일의 탄생화, 고비.
나는 꽃이 없는 식물이지만,
그 순결과 성실의 뜻으로
당신의 하루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https://youtu.be/V9lKTJNbops?si=gKi5Q8IOmrfJuTqt
#고비 #8월 27일 탄생화 #탄생화이야기 #양치식물 #브런치글 #꽃말 #정직 #성실 #순결한 마음 #숲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