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용기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일

by 아우름언니

제가 어릴 적, 제 오빠는 중학생이었고 한창 사춘기였던 오빠는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 늘 인상을 쓰고 다녔는데, 어린 제 눈에는 미간에 주름이 생길 만큼 무서워 보였던 오빠의 모습이 하늘처럼 멋져 보였고, 그래서 저도 거울을 보며 아주 살짝 인상을 써보았더니 무표정하고 평범했던 제 얼굴이 왠지 더 개성 있어 보이고 마음에 들어 그 모습이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저는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도 해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어색하고 예쁘지 않아 보였고, 그래서 결국 웃지 않는 표정을 고수하게 되었으며, 웃어야 하는 순간에도 ‘안 예쁠 것 같아’라는 생각에 애매하게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그런 저를 보시고 체육 선생님께서 ‘썩소’라는 별명을 붙여주셨고, 그 당시에는 그냥 제 개성이라 여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그런 표정 때문에 상사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제가 팀을 이끌거나 거래처를 상대할 때는 ‘카리스마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었기 때문에 저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그저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굳이 고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된 건 제가 미용이라는 ‘서비스업’을 시작하면서부터였고, IBM의 CEO 토머스 J. 왓슨은 “웃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장사를 시작하지 마라”고 강하게 말했을 만큼, 웃음이야말로 서비스의 기본인데, 웃음에 서툰 제가 이런 업종에 들어선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한동안 고민이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대학 시절 서면 지하상가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사장님께서 일을 잘한다고 월급도 많이 주셨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만 잘했기 때문이지 손님 응대가 좋았던 건 아니었고, 어느 날 손님이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전용 수저로 푸고 있었을 때 “혹시 기분 나쁜 일 있으세요?”라고 물어보셔서 저는 당황해하며 “아니요, 아니요!” 하고 대답했지만, 제 표정은 아마도 그 어정쩡한 썩소였던 것 같았고, 실제로 저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음에도 제 얼굴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 제가 이제 서비스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고, 이미 시작한 일이니 뒤늦은 후회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저는 못 하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저만의 방법으로 미용실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으며, 말이 많지 않고 조용한 제 성격을 살려 ‘책이 있는 북카페 분위기’의 미용실을 만들었고, 한쪽 벽면 전체를 책장으로 채우고 수백 권의 책을 꽂아두었으며, 앞쪽에는 모던한 긴 테이블을, 옆에는 음료 바를 두어 손님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고,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을 늘 흐르게 하여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꾸몄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15년째 한자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끔은 ‘내가 나를 좀 더 바꿔서 많이 웃고, 더 밝은 분위기의 미용실을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억지로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기에 저는 주어진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지금의 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조용하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저답게 손님들을 맞이하며 앞으로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고, 서툰 것도 있지만 나다운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억지로 바꾸기보다 나의 진짜 모습 그대로,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그 모습으로 세상과 따뜻하게 만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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