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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Oct 03. 2022

귀를 기울이면.

Eliza and Little Wing by Catriona Millar




며칠 전부터 명상을 할 때마다 희한한 일이 계속 생겼다. 나무로 둘러싸인 조용한 우리 집에 내가 명상을 하려고 자리를 잡으면 꼭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선가 크게 음악 소리가 들려오거나 이웃집에서 공을 차는 소리가 귓가를 괴롭혔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왜 나의 명상이 방해를 받고 있는지 내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았다. 그러다가 혼자 웃으면서 '그래 세상의 모든 이치를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어둠 속을 응시하기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음 속에서 불편하게 명상을 하고 있으려니 괜히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서 마음속에서 온갖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시끄러운 내면의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소음이 바깥에서 들려오고 있는 것인지 내 안에서 들려오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세상은 내면의 투영에 불과하다더니 바깥의 소음이 꼭 내 마음과 같았다.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세상의 소음도 이렇게 듣기가 싫은데 매일 같이 머릿속에서 불만 섞인 짜증을 듣고 사는 나도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칭찬해 주면서 소음을 그대로 들으며 명상을 계속 이어갔다. 생각은 여느 때처럼 오고 갔고 소음까지 더해져 더욱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나는 계속 마음을 가다듬으며 어둠 속에서 침묵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 나는 무無의 상태로 들어갔다. 에너지가 회전하는 느낌만이 존재할  그곳에는 생각도 몸도 감정도 나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어느샌가 바깥 소음은 사라져 있었고 한참지나서야 내가 앉아 있는 곳을 인식할  있었다.




모든 경험은, 그것이 그냥 우연처럼 느껴지는 소음일지라도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바깥세상의 소음을 통해 내면의 소음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고 소리를 통해 소리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우리는 잠시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내 삶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 삶은 지금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바깥과 안의 소음들이 나의 마음을 시끄럽게 하더라도 계속해서 삶의 이야기에 경청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내가 지금 깨달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냥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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