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명상을 하는데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나의 왼쪽 턱을 들어 올리는 것 같은 힘을 느꼈다. 나는 두려워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그 힘은 천천히 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턱을 들고 천장을 본 상태로 명상을 계속했다. 그리고 며칠 후 왼쪽 어금니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치과에서는 사랑니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른여덟 살인 내가 이제야 사랑니가 난 것이 신기해서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사랑니가 나는 경우도 있냐고 묻자 의사는 사랑니가 이제야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안쪽에 숨어있다가 이제야 올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니는 드러나는 것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나는 집에 돌아와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드러나는 것이 더 좋다.'
경험하는 모든 것의 깊은 의미를 작은 인간인 내가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내 눈앞에 드러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것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나의 슬픔이, 우울이, 분노가, 나의 크고 작은 불운이,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이러한 모습으로 내 눈앞에 드러난다는 것은 드러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것보다 좋기 때문이다.
나의 머릿속에서 좋지 않은 경험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내가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특정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니가 올라오지 않고 잇몸 속에 숨어 있으면 치아가 더 쉽게 상하고 영구적으로 잇몸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큰 아픔을 감수하기 전에 치아가 올라오는 것이 나에게 더 이로운 것처럼, 어쩌면 지금 경험하고 있는 험난한 여정 같은 등반이 더욱더 큰 재앙을 피하기 위한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것을 머릿속으로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머릿속에서 절대 상상도 해보지 못할 불운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훗날 내게 올 큰 축복을 보다 빨리 받기 위해서 나는 우울해야 하고 슬퍼야 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늦지 않게 올라와준 사랑니에게 감사하듯,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맞이하든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 줘서 고마워.'
나는 에너지가, 우주가, 신이, 현실이 어떻게 작용하고 움직이는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다 잘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의 블로그를 들어가면 이런 말이 쓰여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우리는 그냥 하루를 열심히 살면 된다. 그리고 인생은 되는대로 흘러가게 두면 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을 심각하게 끌어안고 살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드러난다.
나는 네 개의 사랑니를 뽑았다. 사랑니가 뽑혀 나갈 때 조금은 유치하지만 마음속으로 사랑니에게 늦지 않고 위로 올라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 가라고 인사했다. 나는 앞으로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모든 부정적 감정들에게 감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더 늦기 전에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보게 하기 위해 올라와준 감정들에게 감사하기로, 그리고 잘 보내주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