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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an 03. 2024

6화. 되찾은 봄

요즘은 생일을 어떻게 정할까. 그의 시대에는 음력으로 보냈고, 나의 시대에는 양력으로 보낸다. 굳이 찾아봐야 하는 음력보다 편하게 양력으로 보낼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또 다른 유행이 깃들어 음력으로 보낼지도 모르겠다. 여느 때처럼 해가 바뀌고 생일들을 기록하던 그날은 문득 그게 의아했다. 왜 누구는 생일이 음력이고 누구는 양력인가. 왜 생일 세는 게 달라? 그야, 양력 생일을 모르니까. 양력 생일을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이람. 재차 물어도 답은 같았다. 알려준 날이 음력이야. 나도 양력 생일 알고 싶어. 근데 물어볼 사람도 없는걸. 별걸 다 물어보네.


별거라니! 양력 생일, 그거 바로 찾을 수 있어! 나는 핸드폰을 들고 당장 그에게 향했고, 머지않아 그의 양력 생일을 찾아냈다. 천천히 올라가던 그의 입꼬리와 서서히 번지던 눈웃음. 그래서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봄에 태어났구나? 그치, 봄이지. 날짜가 너무 예쁘다. 숫자가 마음에 들어. 나도 이제 양력 생일을 아네. 이제부터 나도 양력으로 생일 보낼래. 너무 좋다. 고마워, 정말로. 그런 말들을 속사포로 쏟아내며 춤추듯 거실을 빙-글 돌던 그가 아직도 생생하다. 진즉 신경 쓸 걸 하는 후회와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가 뒤섞였던 내 마음도. 나는 그가 있어서 태어난 시도 알고 날도 알고, 그날의 날씨와 어려움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 무엇보다 나의 시작을 안다. 그가 그러한 것들을, 나를 소중히 여겨 기억해 주고 전해주었기 때문임도 안다.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당연한 것이 없다. 올해 달력에도 그의 생일은 당당하게 양력 날짜에 꾸며져 있다. 그만을 위해 만드는 큰 달력에 큰 글씨로, 케이크 그림과 하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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